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2개월여 늦은 지난해 5월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시진핑(앞줄 가운데)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앉아 있다. 신화연합뉴스
■ 中 양회 내달 4일 개막
작년 코로나로 연기했지만
올해는 방역 강화하며 강행
바이든 對中압박 본격화 속
習 장기집권 기반구축 속도
7월 공산당 100주년 앞두고
부정 축재 재산 해외 반출로
인민들 지탄받는 ‘나관’ 척결
자유·민주·인권보장 등 주장
유력 블로거·네티즌 통제해
반정부 정보 생산 원천 차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오는 3월 4일 본격 개막하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베이징(北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5월로 연기돼 치른 양회가 올해는 제때 개최되지만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천 명의 양회 대표와 내외신 기자단에게 엄격한 방역 규정이 적용되고 보안이 대폭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양회는 미국의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전임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가며 ‘동맹과 함께하는 중국 압박’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치러져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조기 봉쇄하며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 성장을 했지만, 소비 위축과 실업 문제 지속, 빈부 및 지역 격차 심화, 신장(新疆)·티베트·내몽골 등 소수민족 차별과 인권 문제 등 내부 갈등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홍콩에서의 범민주진영에 대한 탄압 등을 이유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를 놓고는 양안(중국과 대만)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러한 대내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양회에 앞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공산당 일당독재 지속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 고삐 죄는 중국 공산당의 ‘호랑이’ 및 ‘나관’ 색출전 = 중국 공산당은 중국 인민들의 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부 기강 잡기와 반정부 요소 통제 강화라는 ‘이중 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다. 먼저 양회와 오는 7월 1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호랑이’로 불리는 당과 정부의 고위급 인사 등에 대한 반부패 투쟁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중국 역대 최고인 3000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화룽(華融)자산관리 회장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데 이어 최근까지 부패 혐의를 받는 고위 간부들의 체포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22∼24일 열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 집권의 최대 위험인 부패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부패의 구조화를 우려했다. 또 공산당은 인민들의 지탄을 받는 ‘나관(裸官)’ 척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나관은 배우자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고 부정 축재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관료들을 일컫는 말로, 기득권 집단인 중국 공산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이후 나관들에 대한 전면 조사를 통해 직위 강등 및 면직, 당적 박탈 등의 조치를 취했다. 최근에는 가족 중 외국 국적을 보유한 관료들은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엄포를 놨지만 이러한 고질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홍콩 핑궈르바오는 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2011년까지 해외로 도피한 간부 수는 1만8000명, 반출 금액은 8000억 위안(약 137조 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나관이 100만 명이 넘는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부패 관료들이 여전히 홍콩 등을 통해 자금을 빼돌리는 현상이 심각해지자 홍콩 정부는 이달 초 뇌물 수수 가능성이 큰 중국 관료와 그 가족들의 금융계좌 추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부정한 돈을 빼돌리려는 중국 관료들에 대한 심사를 대폭 확대해 자금 유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인민들에 대한 내부 통제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정치·사회 질서 유지를 지상 과제로 내세웠다.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공안부장은 최근 “온라인을 포함해 중국 당국에 대한 도전 행위는 반드시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하는 ‘전장’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유와 민주, 인권 보장 등을 주장해온 반체제 인사들은 물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표현의 자유도 더욱 옥죄고 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합법적으로 허용했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SNS상의 유명 블로거와 유력 네티즌들의 활동마저 통제하고 있다. 이들에게 정치·경제·군사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원문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글을 올리려면 당국으로부터 사전에 자격증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반정부 가능성이 있는 정보 생산을 원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양회에서 ‘시진핑 1인 체제’ 공고화 추진, 美 압박이 도전요소 = 중국 공산당은 최근 외부의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당사(黨史)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내부 단결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사 교육원 대회에서 “당원들이 당 역사의 교훈을 익히고 중앙 지도부를 확고히 따르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당의 생명은 단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당사 교육은 당의 정통성 확보와 함께 공산당의 전면적인 영도를 강조하기 위한 노력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공산당의 영도를 강조하는 것은 시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에 대한 충성을 유도해 시 주석 ‘1인 체제’를 공고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올해 양회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양회에서는 자립경제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을 통과시키고, 2035년 중등 선진국 진입 비전을 제시하며 공산당을 중심으로 전체 인민의 단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인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삶을 누림) 사회 실현을 대대적인 성과로 제시할 예정이다.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와 10월쯤 열릴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는 시 주석 장기집권 체제를 대내외에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유와 민주, 인권 등 ‘가치’를 내세운 미국의 고강도 압박과 공산당 일당독재 장기화에 대한 내부 불만 누적 등은 시진핑 체제 공고화 작업의 최대 위협 요소로 꿈틀거리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월 당 고위 인사들과의 회담에서 “세계가 격동의 시대에 있지만 앞으로 시간과 형세는 중국 공산당 편”이라며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바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양회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내년 당 대회까지 미·중 패권 경쟁에 대비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시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산당 중심의 발전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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