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전기차·태양광은 과연 친환경적인가… ‘그린뉴딜’ 낙관론에 젖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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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1-02-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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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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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그린 뉴딜’은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됐습니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에 대공황 극복의 계기가 됐던 뉴딜(new deal)을 더한 ‘그린 뉴딜’이라는 정책명은 참으로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경제의 장밋빛 부흥을 이끌 주역이 될 것 같습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기욤 피트롱의 새 책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은 이처럼 ‘그린 뉴딜’을 둘러싸고 만연한 낙관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자는 막연하게 낙관론에 젖은 사람들에게 두 가지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첫 번째는 ‘그린 뉴딜’이 이름값에 걸맞게 친환경적이냐는 질문입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석탄·석유를 때는 화력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나 풍력·태양광발전소 등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전기 배터리나 풍력 터빈, 태양광 집열판 등을 만들려면 막대한 양의 희귀 금속이 필요합니다. 바나듐·게르마늄·플라티노이드·텅스텐·안티몬·베릴륨·레늄·탄탈·니오븀·희토류 등 가짓수도 많은데, 이를 얻는 과정은 친환경과 거리가 멉니다. 희귀 금속은 거대한 암석 속에 극소량만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희귀 금속 1㎏을 얻기 위해 바나듐은 8.5t, 갈륨은 50t, 루테튬은 1200t의 바위를 정제해야 합니다. 희토류 1t 제련에는 물 20만t이 쓰입니다. 두 번째 불편한 질문은 에너지 전환이 세계를 분열과 반목에서 구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2019년 5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화웨이의 미국 통신시장 진출을 막았을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장시(江西)성에 있는 한 희토류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95%를 차지하는 중국이 무역 보복으로 맞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제스처였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은 반도체와 디지털 기기는 물론 스마트 미사일, 에이브럼스 탱크, F-35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도 생산하지 못하는 처지에 빠질 수 있습니다. 희귀 금속을 둘러싼 ‘자원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셈입니다. 저자는 중국의 에너지 패권화라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장합니다. 희귀 금속을 대체하기 위한 재료공학 연구 투자, 무분별한 소비를 절제하는 것을 통한 ‘녹색 자본주의’ 실현 등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자는 겁니다. ‘그린 에너지’라는 허명에 도취하면 안 된다는 그의 경고는 한국도 겨냥한 것처럼 들립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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