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코노미>글로벌 ‘디지털稅’ 도입 급물살… 제조업도 과세 포함땐 韓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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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바이든 정부 ‘구글세’ 찬성으로 입장 선회

디지털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
이익 거두고도 조세회피 논란
2019년 佛시작으로 EU 도입

美, 다자주의 복귀·동맹 중시
올 7월 G20회의서 합의 전망
도입 반대 美의회 설득이 관건

휴대전화·車·가전 등 추가땐
삼성전자·현대차 부담 커질듯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FAANG)과 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MAGA)으로 대표되는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세(Digital Tax)가 곧 도입될까.

지난 2019년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최근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의 가세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그동안 최대 걸림돌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세이프 하버(safe harbor·회피)’를 철회한다고 선언한 것. ‘구글세(稅)’라고도 불리는 디지털세는 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그동안 조세를 회피해온 ‘빅테크’ 기업에 물리는 세금인데, 미국은 이 같은 ‘세이프 하버’ 조항을 이유로 기업들이 어떤 국가에서 세금을 낼지 자발적 선택권을 주자고 주장해 왔었다.

하지만 미국이 입장을 바꾸면서 이르면 오는 7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원칙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은 새로운 디지털세 규칙의 범위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으며, 조세 관할권과 집행 방안, 글로벌 제조업 포함 등 해결하지 못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美는 조세 회피,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세 이미 도입=미국의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의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유럽 각국에서 온라인 플랫폼 등의 독점으로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도 조세 조약이나 세법을 악용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이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세금 주권 문제인 구글세 도입을 주장하며 국제 조세조약 갱신을 촉구해 왔다. 프랑스는 2019년 7월 EU 회원국 중 처음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2500만 유로(약 338억315만 원), 전 세계에서 7억5000만 유로(약 1조15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빅테크 기업에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이탈리아(자국 기준 550만 유로), 스페인(300만 유로)도 디지털세를 도입했다.

그동안 트럼프 전 행정부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 과세를 위한 국제표준을 제정하기로 했다가 ‘미국 기업 차별’이라며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일도 있었다. 또 프랑스 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려 하자 프랑스산 포도주, 화장품 등의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기도 했다.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를 주재했던 다니엘레 프랑코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디지털세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올해 중반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자주의 동맹 갈등 봉합, 과세대상 범위 등 논란=바이든 행정부가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다자주의 복귀를 선언하고 동맹을 중시하는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연내 기후변화협약 복귀와 빈국 지원 등과 더불어 글로벌 공조의 연장선상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침체로 각국 정부의 재정 손실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EU 행정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공개 석상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유와 공정 경쟁뿐 아니라 민주주의, 안보, 정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동의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와 제재 강도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 행정부가 디지털세 도입에 합의하더라도 그동안 반대했던 미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도한 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역시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세는 일정 매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각국의 매출에 ‘과세소득 배분율’을 곱해서 정하는데, 매출과 배분율 기준 등 세부사항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디지털세 과세대상에 서비스사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포함 여부다. 법인 소재지와 관계없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모든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휴대전화, 가전, 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의 주력 사업들이 과세 대상에 대거 들어갈 수 있다. OECD 최종 권고안에 과세대상으로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해외에서 디지털세를 부담하게 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제조업체가 많은 한국·중국·인도·일본·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미국과 EU에 과세주권을 침해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