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클래스 >책임·배려 중시 ‘간디型’… 소탈·친근한 ‘소통달인’… 소신 있는 ‘현장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제단체 수장 3명 리더십

국내 경제계를 이끌 경제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의 회장들이 최근 모두 확정됐다. 특히, 지난달 회원사들의 신임을 받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최태원 서울상의(대한상의 회장 겸직)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장 3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대표하며 파고(波高)를 넘겨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재계에서는 이번에 5단체장 모두 민간 기업인이 선임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경제계의 어려운 현안 해결을 위해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만큼 새로 선출된 3인의 회장이 어떻게 차별화된 리더십과 지도력, 혜안을 발휘해 한국 경제를 이끌지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 허창수 전경련 회장

지하철 자주 타고 동네 빵집 단골
“우리만 잘 살면 안돼”가 생활신조

◇허창수, 배려와 인간관계 중시 = 연임에 성공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리더십은 책임과 배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마하트마 간디형(型) 리더십’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임의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가치관이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허 회장은 특혜를 누리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대한민국 상류층 행태를 비판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저서 ‘특혜와 책임’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허 회장은 그러면서 “책임감과 도덕성, 희생정신이 투철한 리더들이 모인 조직이 결국 경쟁에서 승리하고 큰 업적을 이룬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경영 일선에 있었을 때도 믿을만한 전문경영인을 신뢰해 책임경영체제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요한 사안에만 본인이 큰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선이 굵은 경영자’로 재계가 기억하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변화·혁신에는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줘 GS그룹이 재계 8위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허 회장은 GS그룹 임원들에게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결코 앞서 나갈 수 없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는 열린 학습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때만 지속 성장할 수 있음을 명심해 달라”고 주문했다. GS그룹 임원 모임과 그룹 공식행사에서 허 회장의 연설 주제가 ‘혁신’으로 집약된 경우가 80여 차례에 달했을 정도다. 허 회장은 이를 토대로 GS그룹을 이끌었던 시기, 19조 원이었던 그룹 자산규모를 2019년 67조 원으로 키웠다. 매출도 23조 원에서 62조 원으로 비약적 성장을 했다.

허 회장의 리더십은 온화하고 소탈하면서도 검소한 평소 생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허 회장은 항상 허 씨 가문의 오랜 교훈인 ‘욕심을 조금만 버리면 모두 화목하게 지낸다’ ‘우리만 잘살아선 안 된다’는 철학에 따라 허례허식 없이 소탈함을 추구해 왔다. 대기업 명예회장이자 전경련 회장이지만 10여 년째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인근 빵 가게에 혼자 들러 자주 식빵을 사가곤 한다. 또 집무실에서 가까운 곳에서 약속이 있으면 지하철을 이용한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맏형이었던 전경련이 다시 예전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허 회장의 조용하면서도 혁신을 꾀하는 리더십이 이를 위한 쇄신과 혁신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태원 대한상의 차기 회장

‘행복토크’ ‘라면 먹방’등 스킨십
직원과 격의없는 ‘친근한 회장님’

◇최태원, 소탈·친근함 강점 = 지난달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24일,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재계 핵심 관계자는 “18만 회원사의 애로를 수렴해 대정부 건의를 하면서, 소통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데 최 회장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며 ‘높고 어려운 회장’이 아닌 ‘소탈하고 친근한 회장’으로 불리길 희망해 왔다. 이를 보여주듯 대한상의 회장 취임 전 첫 활동도 직원들과의 소통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 4일 대한상의 직원들과 온라인으로 상견례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회원사 모두에게 이익과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겠다”며 “직원 여러분의 노력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사람, 영화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하는 등 직원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차원에서도 구성원과의 수평적 소통 및 일체감 확보에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우리와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이 더 커질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행복 토크’를 연내 100회 열겠다”고 약속했다. 허언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지구 한 바퀴와 맞먹는 3만9580㎞를 이동했고, 1만1400여 명과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구성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워진 지난해에도 대면·비대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킨십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장기근속자들을 초대해 수원식 육개장 등을 직접 요리해 대접했다. 이를 유튜브 영상으로 직원들에게 공유하거나 사내 방송에 출연해 ‘라면 먹방’에 나서는 등 비대면 소통도 선보였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개발에 나선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나 해외 근무자들은 화상을 통해 격려했다. 최근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면서 클럽하우스를 어떤 식으로 소통에 활용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대한상의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4대 그룹 총수들의 공식·비공식 모임을 주도하는 한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을 꾸준히 강조해 온 최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구설 전혀 없는 깨끗한 이미지
‘상사맨’ 잔뼈 굵은 ‘옆집 아저씨’

◇구자열, 현장 중시하는 소통형 =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1999~2006년 재임) 이후 15년 만의 민간 기업인 출신 회장이다. 무역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무역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경륜과 역량을 갖춘 기업인이 무협 회장을 맡은 것에 대해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구 회장은 일부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 달리, 세간의 구설에 전혀 오르내리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구 회장을 곁에서 보좌한 측근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성격을 지녔다”고 전한다.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무협 회장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능력보다 과분한 자리를 맡았다”며 “‘무역보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협 회장단은 구 회장을 추대한 배경으로 “무역업계 애로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민관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 회장도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평생을 기업 현장에서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7만여 회원사가 당면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에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일 것”이라며 “무역 발전에 장애가 되는 이슈에 대해선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기업 CEO 중 대표적인 ‘상사맨’이다. 1978년 평사원으로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에 입사해 15년 동안 전 세계 무역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구 회장은 LG상사 뉴욕과 도쿄(東京) 지사에서 근무하며 폭넓은 해외 인맥을 쌓았다. 1995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임원으로 일하는 등 국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재계는 무협에 대한 구 회장의 애정이 크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동생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구평회 명예회장은 22∼23대 무협 회장(1994∼1999년 재임)을 지냈다. 1946년 무협 출범 이래 첫 부자(父子) 회장이다. 한 경제단체에서 부자가 내리 수장을 맡는 것도 처음이다. 구평회 회장은 무협 회장을 맡으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무협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아셈타워도 구평회 회장의 작품이다. 구 회장은 부자가 내리 무협 회장을 맡은 데 대해선 “집안의 영광”이라고 했다.

임대환·황혜진·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