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먹히는 파월 약발… 신흥국 증시 ‘긴축 발작’ 불안감 고조

이머징마켓지수 이틀째 하락
4일 2.30%↓ 5일 0.52%↓

국내 증시가 기간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3000선을 겨우 지켜내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tapering·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개시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의 악몽이 되살아나 증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중국을 포함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1.5%대로 올라온 지난 4일과 5일 각각 2.30%, 0.52% 하락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장중 3000선이 깨지면서 주춤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50bp(0.5%) 상승한 것은 지금도 일종의 텐트럼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지나친 초저금리로부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의 혼란과 노이즈가 1~2달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8년 전 한국 증시의 12% 하락을 가져온 ‘테이퍼 텐트럼’이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통과된 미국 1조9000억 달러(약 2148조 원) 부양책 등 역대급 돈 풀기, 백신 보급으로 이뤄지는 급격한 경기 회복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후반쯤 백신 보급 효과가 확인되고, 추가 부양책 효과가 나오는 때가 시장에서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시기”라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장기국채 매수 등이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약발도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공개 석상마다 ‘완전고용, 물가상승률 2%’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 인상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시장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 추가 조치가 없자 실망감에 요동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2∼3%보다 더 높아진다면 Fed도 정책적으로 통화량을 줄일 수 있다”며 “당초 계획했던 2024년보다 시기가 조금 당겨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은 2013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을 당시 신흥국의 통화, 채권, 주식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장’의 공포를 떠올린다.

미 국채금리 인상 여파로 코스피 조정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45포인트(0.28%) 오른 3034.71을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1.56%)가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2.24%)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는 점은 연준의 통화 확장정책 선회가 예상보다 빨리 전개될 수 있어 증시의 불안 심리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