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의·약 혁신, 건강한 삶 지킨다>“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선점하려는 국가간 대립 첨예… 전쟁터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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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림 식약처 의료기기심사부장

“의료기기 분야를 주도하는 주요국 간의 일종의 ‘전쟁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일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의 2021년 의장국 한국의 대표를 맡은 이정림(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심사부장에게 IMDRF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이 부장은 이날 오후부터 열릴 제19차 IMDRF 정기총회 준비의 막바지 작업으로 바빴다. 이 부장은 “한국을 비롯해 IMDRF에 참여하는 10개 국가는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89%를 차지하는 만큼 전체 시장과 규제를 주도하는 국가들이고, 이 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규제 편차를 최소화하면서 공통의 규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렇다 보니 규제를 선점하려는 각국의 주장이 서로 맞부딪치는 자리이기도 해 의장국 입장에서 긴장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MDRF에서 각국의 입장 대립이 첨예한 이유는 그만큼 이 회의를 통해 정해지는 가이드라인이 국제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구속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회원이 된 이상 이곳에서 하기로 결의한 것은 가능하면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며 “적용에 시차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이드라인을 자국 규제에 적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규제 주도권을 쥔 특정 국가가 자국 표준에 맞춰 국제적 규모의 가이드라인을 관철시킨다면, 전체 시장과 자국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해지기 때문에 회의는 전장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식약처는 10번째 회원으로 가입한 이래 민·관 규제전문가들과 IMDRF 국내 운영추진단을 구성해 협력해 왔고, 사무국 운영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맡음으로써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부장은 “사무국을 통해 의료기기 업계 의견을 전달받아 규제에 관련된 우리 의견을 개진하는 데 반영하고, 다른 국가가 자신들의 규제를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울 때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시 사무국을 통해 확인하는 등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업계의 기술 역량과 규제 당국의 규제 역량 등 측면에서 참여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이 부장은 실제 IMDRF에 참여하는 ‘전투원’들이 부족한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이 부장은 “미국은 1990년대부터 포럼에 참여하면서 민·관 양측의 참여 전문가가 많이 포진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실제 참여하는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편”이라며 “참여 전문가를 더 늘리는 등 노력을 통해 목소리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올해 의장국 활동을 통해 여러 주제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우리나라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해나갈 것”이라며 “의장국을 한다는 사실 자체도 산업계에 널리 알려서 여러 민간 전문가의 관심과 좋은 의견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