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승부수… 단일화 시너지 살리고 지지율 반전 노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기자회견장 들어가는 安 안철수(왼쪽 두 번째)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요구한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 조사에 참여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요구 전격 수용

“유선조사 10% 포함하겠다”
단일화 무산 위기의식 반영
김종인 “너무 늦지않아 다행”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민의힘이 요구한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 조사 방식을 전면 수용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거나, 지체될 경우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측 주장을 대폭 수용해 ‘통 큰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여 정체 상태에 빠진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안 후보와 오 후보는 이날 오전 단독 회동을 갖고 향후 단일화 방식과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두 후보는 당초 예고했던 오전 10시 후보 등록 일정을 미루고 단독 회동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는 이 자리에서 실무협상단 간 논의된 이견을 확인하고 ‘후보가 큰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안 후보는 회동 직후 기자회견에서 “서로의 차이와 그간의 감정은 모두 잊고 오직 야권의 승리를 위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국민이 보고 있고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주장했던 가상대결이 아닌 경쟁력 조사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유선전화를 10% 포함시키자는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 측은 그동안 가상대결 방식 조사인 경우에 한해 유선전화 10%를 포함시킬 수 있다고 해 왔다. 단순 경쟁력 조사일 경우엔 무선 조사 100% 방식을 주장해왔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박스권에 갇힌 안 후보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올 초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4일 국민의힘 후보 확정 이후 오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거나 일부 조사에선 오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늦지 않게 응해줬다”고 말했다. 양당은 이날 향후 일정을 협의해 이르면 이번 주말 야권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2개의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1000명씩 묻고 유선전화가 10%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실무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두 후보의 단독 회동 및 단일화 재추진은 김 위원장과 두 후보에 대해 거세게 일고 있는 책임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겠다는 당초 다짐과는 달리 상호 비방과 감정싸움, 정치 공학적 셈법만 난무하면서 단일화 과정을 진흙탕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 후보는 대외적으론 ‘통 큰 양보’를 말하면서 정작 협상 테이블에선 본인에게 유리한 룰만 주장해 야권단일화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 후보와 관련해선 내곡동 땅 특혜 보상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해 여권 공세에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협상 초기부터 안 후보에 대해 막말에 가까운 비방을 이어갔다. 이날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김 위원장과 두 후보에 대한 책임론이 쇄도했다. 권영세 의원은 “우리 당이나 안철수 후보 측이 날 선, 감정적인 발언으로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거나 그 결과를 폄훼, 손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윤희·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