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70년간의 민족분쟁, 군부에 명분…무력 외 다른 통치술 경험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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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부 학살의 현대사적 배경

소수민족 무장반군과 내전 지속
국경수비보다 질서유지에 무게
로힝야 인종 청소로 외려 이득

최대 명절인 ‘띤잔’(Thingyan·새해맞이 물 축제)을 기점으로 미얀마에 또 한 번 ‘피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쿠데타 이후 600명 넘는 사람이 군부에 저항하다, 혹은 단지 길을 걷다 총탄에 맞아 죽었다. 군부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학살할 수 있었던 것일까.

뉴욕타임스(NYT)는 미얀마에서 이 같은 대량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배경에 이 국가 고유의 역사와 거기에서 나오는 특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군부는 철저한 위계질서하에 조직돼 내부 반발 세력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고, 외부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군대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군사 통치의 전형’적 모습을 띤다. 미시간대에서 권위주의를 연구하는 에리카 프란츠 교수는 “사회적으로 반대 의견이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져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는 그들은 자동 반사적으로 무력을 사용한다”며 “군부는 이것 외 다른 방법으로 통치해 본 경험이 없다. 힘은 그들이 가장 잘 다루는 도구”라고 짚었다.

여기에 더해 1940년대부터 지속돼 온 소수민족 무장반군과의 크고 작은 내전은 ‘시민도 적이 될 수 있다’는 군부의 논리를 정당화했다. 군의 역할이 국경을 수호하는 것이 아닌, 국내에서의 질서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미얀마 내 민족 분쟁의 역사는 영국이 식민지배를 하던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은 다종족 국가인 미얀마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이용해 다수민족인 버마족을 통제하는 ‘분할통치’를 선택했다. 1948년 독립 이후 주류 세력이 된 버마족은 거꾸로 로힝야족을 탄압하기 시작했고, 이는 1962년 쿠데타로 출범한 군부에 의해 제도화됐다. 두 종족 간 갈등은 21세기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그는 군의 로힝야족 학살을 묵인했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를 옹호하며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프란츠 교수는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해 국제사회가 분노했던 것과 달리 국내에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유혈 사태를 이용해 이득을 봤던 군부가 이를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10일부터 시작될 띤잔 연휴 기간 군부의 무분별한 총살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위대는 군부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취소됐던 띤잔 축제를 올해는 성공적으로 진행, 국제사회에 “미얀마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고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벌써 온라인 보이콧 캠페인에 돌입했다. 이들은 거리를 최대한 비우는 ‘조용한 저항’ 방식으로 추가 인명 피해를 막고자 하지만, 지난달 27일 ‘국군의 날’ 때와 같이 전례 없는 규모의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도 상존한다. 미얀마 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소수민족과의 연대를 통해 출범시킨 국민통합정부의 전력은 모두 합쳐도 군부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교수는 “미얀마 역사상 소수민족 간에 협력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며 “군부는 CRPH와 이에 동조하는 시민사회에 더욱 거센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최영준 한미얀마연구회 부회장도 “민주 진영의 무장은 되레 군부가 마음껏 힘을 쓸 수 있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서우·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