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감사편지’란>‘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자’… 아이들에게 쓴 ‘칠판 편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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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일산중학교 기나현 교사

담임교사로서 1년을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면, 마음속에 자연히 고마움과 미안함이 차곡차곡 쌓인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책으로 학생들 앞에 서면, 그 마음을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마워’ 혹은 ‘미안해’라는 말이 아이들 앞에선 쉽사리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칠판 편지를 쓴다. 시험점수로 눈물짓는 아이를 본 날에도, 학급 전체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때에도, 1년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나는 말이 아닌 문장 안에 내 마음을 담는다. 잠깐 귀를 통해 흘러가는 말이 아닌, 눈으로 기억되는 진심의 문장들은 학생들의 마음에도 더 오래 기억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한번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교실에 가보니 우리 반 친구 하나가 울고 있었다.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는데, 어려웠던 시험에 잔 실수를 했고 아쉬운 결과에 눈물을 흘린 것이었다. 토닥이며 달래 보았지만 서러웠던 아이의 눈물은 멈추지를 않았다. 울고 있던 아이를 보며 1점, 2점에 목숨 걸고 힘들어하던 내 학창 시절이 떠올랐고, 나의 경험에 비추어 아이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후 교실에 남아 분필을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다. 중간고사가 끝이 났어. 시험의 결과가 만족스러운 친구도, 혹은 아쉬운 친구도 있겠지. 그런데 선생님이 돌이켜보면 성적표에 적혀 있는 숫자는 당장의 미래엔 중요해 보일지라도, 길게 보는 인생에선 생각보다 작은 부분이더라. 그러니 결과보단 중간고사를 향해 달려온 과정에 집중하고, 수고한 나를 격려해 보자!’

칠판에 눌러 담은 내 진심이 전해진 것이었는지, 그 학생이 졸업하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메일 하나가 와 있었다. ‘선생님, 저 ○○이에요’라는 제목에 스팸메일인가 싶었는데, 내용을 열어보니 그 아이였다.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는 담담하게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과거의 제가 변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과정에 임하고 어떤 결과든 깨끗이 인정할 수 있게 됐어요.’ 내 마음을 담아 전했던 사소한 문장 하나가 그 아이의 인생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아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렇듯 편지는 힘을 갖고 있다. 편지를 쓰는 나도, 내 편지를 받는 학생들도 모두 행복해진다. 무심코 지나갈 순간들을 감사하다는 글자에 담으면 우리의 인생은 더 따뜻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학생들도 습관처럼 편지를 쓰는 어른이 됐으면 한다.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고, 주변에 전하며 우리 아이들의 인생도 더 따뜻해지기를 소망해 본다.


／제6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주제 : 편지를 통해 선생님, 부모님,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기

응모자격 :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및 청소년

접수기간 : 2021년 3월 1일(월)∼6월 30일(수)

접수방법 : 인터넷 검색창에 ‘초록우산 감사편지’ 검색 또는 전화 신청(1833-3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