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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04월 30일(金)
낯선 버스 타고 ‘상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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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버스 |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낯선 정류장에서 기차나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긴장과 흥분이 느껴진다. 정확한 자리에 서 있는 건지, 약속된 시간표에 따라서 탑승할 수는 있을지, 미리 타고 온 승객들은 누구일지, 자리는 남아 있을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간다. 그 시간이 한밤이고 동행도 없이 혼자라면 어떨까. 무작정 가방을 끌고 나왔는데 목적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 내릴 곳도 머무를 곳도 이제부터 알아보아야 한다면 얼마나 막막할까.

갈까 말까, 탈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인생의 버스는 눈앞에서 훌쩍 지나간다.

배유정의 그림책 ‘밤버스’는 어느 깊은 밤 보라색 물방울무늬 가방과 함께 길을 나선 한 여행자의 이야기다. 그는 별들이 반짝이는 황량한 정류장에서 밤버스를 기다린다. 도착한 버스에는 부엉이와 유령과 여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미리 타고 있다. 그 버스에 오를 수도 있고, 그냥 보내버릴 수도 있는 짧은 결정의 시간은 여행자의 상상 속에서 길게 늘어난다. 글 텍스트만 읽으면 여행에 대한 걱정으로 꼼짝도 못 하는데, 그림 텍스트를 보면 여행자는 이미 출발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색색의 구름이 드리운 협곡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 밤버스, 흑백의 달팽이처럼 뱅글뱅글 도는 도로를 거꾸로 질주하는 밤버스, 견인의 위기를 무릅쓰고 녹아내리는 딸기 아이스크림 위를 달리는 밤버스, 상상 속의 여행은 끝이 없다.

이 책은 여행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선택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망설임과 후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본다면 후회할 일도 없겠지만 후회할까 봐 망설이게 되기도 한다. ‘나무, 춤춘다’로 2018년 볼로냐도서전 라가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배유정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단 한 번만 찍을 수 있는 모노프린트 판화 기법으로 인생의 우연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확정되지 않은 이미지들 속에서 숨은 형태를 찾아보고 연결되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재미가 크다. 객창감과 더불어 흥분이 느껴지는 생소한 보라색과 여행의 지표가 돼주는 달 밝은 노랑이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여행을 떠날 수 없어 갑갑한 팬데믹 시대의 독자에게 예술적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40쪽, 2만1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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