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서 부어라 마셔라… 둔치 끝 아슬아슬 심야 술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위험한 청춘 지난 11일 밤 10시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20대들이 한강과 맞닿은 물가에서 게임 등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다. 전세원 기자

- 손정민씨 사망 이후 반포 한강 공원 가보니… 2030 음주 여전

술 게임하며 왁자… 코로나 해방구
가드레일·CCTV 안전장치 없어
서울시, 금주 구역 지정안 검토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 씨 사건 이후에도 한강과 맞닿은 물가에서 술을 마시는 위험한 상황이 중단되지 않고 있다.

젊은이들은 손 씨 추모 공간에서 불과 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일대를 ‘금주(禁酒)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문화일보 5월 3일 자 10면 참조)

지난 11일 밤 10시쯤 찾은 반포한강공원은 2030 세대들로 북적거렸다. 20대들은 한강과 맞닿은 둔치 끝에 걸터앉아 마피아 게임 등을 하며 소란스럽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바로 강으로 빠질 수 있는 지점이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안전요원은 없었다.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도 비치되지 않았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김모(28) 씨는 “가드레일이나 CCTV가 없어 보이긴 하는데 너무 늦게까지 있을 생각은 아니어서 사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친구 박모(28) 씨도 “한강이 워낙 크고 넓어서 물에 빠지면 위험하겠지만 알아서 조심하겠다”며 계속 술을 마셨다.

멀지 않은 곳에 손 씨 추모공간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학생 A(여·21) 씨는 “반포한강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야경이 예쁜 곳”이라며 “손 씨의 사망 사건은 알지만, 큰 관심은 없다”고 말했다.

손 씨 사건을 계기로 한강 금주 공원 지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게시판에는 “심야 시간만이라도 음주 단속을 하고 CCTV를 더 설치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강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해 안전한 공원으로 이용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뒤늦게 서울시도 이 같은 여론을 반영, 한강공원 11곳 중 일부에서 금주 구역 시범 사업을 하거나 야간에만 음주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 중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 대부분의 주(州)는 공원·도로 등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주류개봉금지법’을 실시하는 뉴욕주는 개봉한 술병을 공공장소에서 눈에 띄게 들고 다니는 등 불법 소지가 있을 경우 벌금 1000달러(약 113만 원)나 6개월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 워싱턴 DC에선 개봉한 술병을 들고 다니면 최대 500달러(57만 원)의 벌금과 60일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밤 10시가 넘으면 갈 곳 없는 20대들이 제일 가기 좋은 장소가 한강공원이기 때문에 안전요원과 CCTV 등 안전장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서 “올림픽공원처럼 0시부터 5시까지 통행을 제한하는 등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세원·정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