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전차·장갑차 수송해 美 모하비사막서 원정훈련하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NTC에서 훈련하는 미군 기갑부대 장병들. 주한미군에 9개월 주기로 순환배치되는 기계화여단이 한국 파병 전 최종 숙달훈련하는 곳이다.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야외 실기동훈련장인 NTC에서 훈련 중인 M1 에이브롬스 전차와 브래들리 장갑차.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를 수송해 2022년쯤 NTC 한·미 또는 한·미·일이 지상군 연합훈련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연합뉴스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청문회서 ‘한·미·일 실기동연합훈련’ 후보지로 NTC 언급
NTC는 주한미군 기계화여단 한국 파병 전 최종 숙달훈련하는 최대 야외기동훈련장
지난해 초 한국군 전차와 자주포 수송해 NTC서 야외 실기동훈련 하는 방안 검토
2022년 한·미·일·호주 F-35 괌기지 다국적 공군훈련 ‘코프 노스’ 참여도 검토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가 18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실제 훈련이 컴퓨터 모의 훈련보다 훨씬 좋다”며 한·미·일 군사협력 방안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의 대규모 야외훈련장인 포트어윈 국립훈련센터(NTC)에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병력을 모아놓고 한·미·일 지상군 연합훈련 시나리오를 소개한 것과 관련,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초 입수한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2002 작전상황연습, 해외연합훈련 예산안’ 자료 및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한·미 군 당국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연합 실기동훈련(FTX)이 중단되자 그 대안으로 미 NTC에 한국군 전차와 자주포 등을 수송함으로 싣고 가 한·미연합 실기동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국내에서 한·미연합 대규모 실기동훈련이 가동되지 못할 경우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취임 후 내년부터 미 원정훈련 시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미연합군이 내년까지 4년째 대규모 실기동훈련을 못하게 될 경우 주한미군이 일본 등 해외 전지훈련을 하는 등 한반도 안보에 공백이 불가피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캐머러, 한·미·일 지상군 연합훈련 후보지 모하비사막 NTC 언급

내달 취임이 유력한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상원 청문회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훈련과 준비 태세는 극도로 중요하다”며 “그들(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을 불러서 다자 또는 3자 훈련하는 방안을 계속 찾아야 한다”며 “전구(戰區·한반도 주변 전쟁구역)에서든 미 본토에서든 한·일과 함께 미국이 보유한 훌륭한 훈련시설에서 다자 훈련하는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의 NTC를 한·미 또는 한·미·일 연합훈련 후보지로 꼽았다. 주한미군사령관 및 사령관 후보자가 한국 지상군의 미 해외원정 훈련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내달 한국을 떠날 예정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13일 한미동맹재단 주관 환송행사에서 “평시에 계속해서 땀을 흘려야 전시에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다”며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은 2018년 이후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을 폐기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연합지휘소훈련으로 변경해 실기동훈련을 3년째 못하는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라캐머러는 일단 “그것(연합 훈련)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잠재적인 협상 카드임을 안다”며 “내 임무는 (훈련 중단에 따른) 위험을 파악해 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국내에서의 연합훈련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는 차원에서 “항공모함 타격부대, 5세대 스텔스전투기 F-22와 F-35 전투기를 포함한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간헐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며 북한 도발 시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전차 자주포 수송해 모하비사막 NTC서 미국 원정 훈련 추진

지난해 초 군 당국은 미국 모하비사막의 대규모 야외 훈련장인 NTC에 육군 전차와 자주포 등을 수송해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원정훈련 추진은 큰 차질을 빚었다.

NTC는 주한미2사단에 9개월 주기로 순환배치되는 미국 기계화여단이 한국으로 파병되기 전 최종 숙달훈련으로, 공격·방어 작전,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미 육군 최대 실기동 훈련장이다. 육군은 2019년 처음으로 13명의 병력이 NTC 훈련을 참관했으며 2020년은 2차례에 걸쳐 300명의 병력을 파견하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2020년 NTC 훈련의 경우도 전차·장갑차 등 수송은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대형수송함인 마라도함이 2021년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 단계에 들어가 독도함과 함께 2원 수송체제를 갖추게 되면 해외 전지훈련용으로 전차·장갑차를 수송, 본격적인 미 NTC 훈련 참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군 관계자는 “한국군의 NTC 훈련은 일본이 약 20년 전부터 미국 워싱턴주 사막에 있는 야키마 사격장에서 전차·장갑차 공격헬기를 싣고 사격훈련을 매년 실시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군 해외 원정 훈련 증가세 코로나19로 주춤

우리 군 당국은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서 대규모 실기동훈련이 중단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훈련으로 대체됨에 따라 그 대안으로 미국 본토에서 한국군 전차·장갑차 등을 동원한 사격훈련, 2022년부터 미국령인 괌 기지에서 스텔스전투기인 F-35A가 참가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을 검토해왔다.

국방부는 지난해 초 “연합작전 수행능력 배양 및 실전경험 공유, 초국가적 비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고 우방국과 연합 대응능력 등을 향상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해외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남북군사합의서 채택 이후 한국군의 해외 전지훈련이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령 괌기지에서 실시하는 공군의 ‘코프 노스’ 훈련 관련 호주에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스텔스 전투기 F-35 도입이 완료되는 2022년부터 한·미·일·호주 4개국이 괌에서 F-35 다국적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군은 CN-235 수송기가 이 훈련에 참여했다. 코프 노스 훈련은 공중 투하, 공수착륙훈련, 항공의무후송, 재난대응 훈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상군 해외원정 추진은 3년째 실기동훈련 실종 따른 고육지책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대규모 한·미 연합 실기동훈련이 중단된 이후 그 대안으로 2019년까지 한국군의 미국, 호주 등 해외 원정훈련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2020 작전상황연습 예산안’ 및 ‘2020 해외연합훈련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도 해외연합훈련 예산안은 전년 대비 약 139%(92억여 원) 늘어난 159억여 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편성됐으며, 참가병력도 2166명으로 지난해(825명)에 비해 1341명 늘었다. 2018∼2019년 각 군의 신규 해외연합훈련 참관 및 참가현황을 보면 2018년은 1건도 없고, 2019년 2건인데 비해 지난해는 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군이 처음 해외에서 실시하기로 계획했던 신규 훈련에는 특수부대가 전시·급변 사태 시 긴급투입이 가능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정보사령부 요원 10여 명이 미국 특수임무수행 부대와 정기적인 연합전술훈련을 하는 ‘리지드 나이프(Rigid Knife)’를 비롯, 한·미·일·호주 4개국 해군 간 연합작전 훈련으로 한국군 222명이 참가하는 ‘퍼시픽뱅가드(Pacific Vanguard)’, 다국적 연합 초계기·대잠전 능력 향상을 위한 ‘시 드래곤(Sea Dragon·49명),’한·미연합구조잠수훈련(15명)‘, 한·몽골·호주 대테러훈련(21명) 등 4가지였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NTC훈련에는 2019년 13명의 한국군이 참관했으나 2020년 300명의 병력이 2차례에 걸쳐 직접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고 19억여 원의 예산까지 편성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 횟수가 줄었고, 특히 기갑차량을 이용한 대규모 실기동훈련은 3년간 중지됐다. 특히 남북 군사합의 이후 최전방 지역 일부 포사격 훈련장이 폐쇄되고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훈련이 중단된 데 따라 해외원정 훈련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에서 5㎞ 이내 지역에선 포사격 및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훈련을 할 수 없다. 해병대는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서북도서 일대에서의 해상 사격훈련이 전면 제한됐다. 서북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들을 중대 단위로 배에 실어 육지로 반출해 사격훈련을 한 뒤 다시 반입하는 실정이다.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주한미군의 불만을 의식해 미 본토까지 장비를 갖고 가 훈련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경기·강원 지역 등에 산재한 기계화부대, 포사격 훈련장에 대한 지자체들의 민원 급증도 원정훈련 추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