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7에선 겉돌고 오스트리아·스페인 찾는 헛다리 외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개발도상국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 (B3W)’계획에 합의했다. G7정상들이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회의에서 글로벌 투자 구상에 합의한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본격 견제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세계은행이 개도국의 인프라 개발 수요를 40조 달러 규모로 추산하는 만큼, 2차대전 이후 마셜플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21세기를 관통할 신국제질서가 태동하는 것이다.

미·영이 대서양선언을 통해 전후 자유주의질서를 구축했듯이 G7이 전체주의 중국을 배제하는 21세기 신질서 구축에 나선 양상이다. G7 공동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홍콩·신장 인권 문제까지 언급돼 반중(反中) 기류가 역력하다. 한·미 정상 공동선언에 빠졌던 북핵 폐기(CVID)도 북핵 포기(CVIA)로 변형돼 삽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초청자 자격으로 이런 중대한 현장에 동참했지만, 겉도는 모습이 역력했다. G7회의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 장단에 휩쓸리지 말라”고 겁박한 때문인지 핵심 주제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분명했다. 그대신 곧바로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국빈방문을 시작했다. 중요하지 않은 나라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이 시점에 방문하는 것은 한가한 정상외교로 비친다. 오죽 양자 현안이 없었으면 청와대 측이 두 나라와 북핵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을까. 스페인에서는 수도인 마드리드는 물론 바르셀로나도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은 코로나 사태로 아직 외국 여행을 갈 수 없다. 인구 900만 오스트리아의 경우 이달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000명을 넘었고, 스페인도 21일까지 국가경계령 상태다. 인터넷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시간이 있다면 1분이라도 더 아껴 세계를 주도하는 강국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회피하면서 관광지를 찾는 유람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헛다리 외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