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의 브레인 스토리>생물학에서 융합학문으로 진화… 腦과학의 본질은 공감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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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지나
게임·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체험형 온택트 시대이지만
공감능력에 대한 탐구 귀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일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재택근무는 민간에도 널리 보급됐다. 매년 항공편으로 이동하며 시간과 돈의 지출, 신체적 피로로 사실 부담스러웠던 해외 회의, 학술 세미나 참석도 익숙해진 웨비나로 별다른 제약 없이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첫해만 해도 온라인 비대면 강의가 익숙하지 않아 다수의 학생이 대면 수업을 희망했으나, 변화 수용성이 빠른 젊은 세대는 이제 온라인 수업을 더 선호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가속화, 1인 가구 증가, 정보통신기술(ICT) 첨단기기 확산으로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젊은 층 사이에 새로운 놀이문화도 자리 잡는 중이다. 홍보, 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메타버스는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IC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첨단기술을 통해 구성된 3차원 가상 세계를 말한다. 인류는 16세기 대항해 시대 신대륙의 ‘발견’ 이후, 21세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신세계를 ‘발명’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던 비대면 언택트(Untact) 시대를 지나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체험형 게임·놀이의 가상 대면 온택트(Ontact) 시대로 가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 아바타로 신세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고 현실 사회와 중복되면서도 또 다른, 평행의 가상사회를 만든다. 이런 가상사회 안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복합적으로 공존하며 현실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일부 대학의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학교 축제를 개최했고,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입사원 연수와 교육을 한 사례도 있다. 현실과 다른 가상사회에서 새로운 우리는 국경 같은 지리적, 물리적 제약이 없는 다양한 문화체험과 사회적 교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수천 년 이어져 온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간 직접 대면과 체험의 소통에 대한 익숙함과 그리움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혁신기술과 미래 변화는 거부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은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우리 인간은 오랫동안 직접 얼굴을 보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뉘앙스와 행동으로 사회적 공감 능력을 향상시켰고, 아바타는 구현할 수 없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왔기 때문이다. 공동체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온 오랜 관습과 문화적 측면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을 공유하며 우정, 사랑과 같은 가치를 만들고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보며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으로, 인간이 가지는 극한의 공감 능력을 상징하는 예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메타버스 같은 가상 세계와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바타 간의 관계인지, 실제 나와 타인 간의 관계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표현하는 사회성과 공감 능력은 어디에서 시작할까. 공감 능력은 쥐에게서도 나타난다. 실험에서 철창에 갇혀 있는 동료 쥐를 구하기 위해 맛있는 먹이를 뒤로하고 동료를 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양한 동물실험과 연구를 통해 ‘전두대상피질’이라는 뇌 부위가 공감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의 경우, 전두대상피질 영역의 활성도가 일반인보다 현저하게 떨어져 있다고 한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얼굴 표정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뇌 부위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가지는 공감과 감정 같은 마음(Mind)이 뇌과학의 기술적 진보로 점차 규명되고 있다. 뇌과학은 전통적으로 생명을 탐구하는 생물학을 근간으로 발전해왔으나 최근에는 외부와의 관계를 포함하는 인지과학, 뇌공학,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등 여러 학문과 융합하며 복잡한 다학제 학문으로 진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공감’과 ‘마음’의 본질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의 철학적 질문이다. 인간이 가진 뇌에 대한 질문과 궁금증이 우리 뇌의 구조처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