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함께 찜질방 가서 마음속 얘기까지… “난 아이들의 절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31일 울산 울주군 상북면 상북초등학교 소호분교 내 400년 된 느티나무 앞에서 전찬성(가운데) 교사가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울주군 상북초 소호분교장 전찬성

10여년 학생 말에 귀 기울이자
졸업한 제자 먼길 찾아와 인사
성인 돼 주례 부탁하니 ‘뭉클’

동식물 기르는 교실밖 활동
생명존중·땀의 결실 체험케

‘틀려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급훈 걸고 도전의식도 심어줘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경험을 많이 하라고 늘 얘기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견을 넓혀가면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거든요.”

울산 울주군 상북면 상북초등학교 소호분교장 전찬성(43) 교사는 “아이들이 무턱대고 사회가 선호하는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인은 역시 경험 부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직접경험이나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과 깊이를 키워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에 있는 유일한 산골 분교에서 근무하는 전 교사는 아이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일에 힘쓰고 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예의를 갖추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베풀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가르침을 주기 위해 훌륭한 선배 교사들의 장점을 연구하고 흡수하는 일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이기에 전 교사는 당장 성취보다는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담임을 맡고 있는 1∼2학년 복식학급(2개 이상의 학년을 한 교실 또는 한 교사에 의해 운영하는 학급) 교실 칠판 위에는 ‘틀려도 괜찮아. 실컷 웃고 다시 하면 돼’라는 급훈을 걸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는 “아이들에게 발표를 꺼리는 이유를 물으면 보통 ‘틀리면 부끄러워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며 “그럴 때마다 ‘틀려도 괜찮다. 정답은 없으니 도전해 봐라’ ‘매사에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도전하라’고 가르친다”고 했다.

전 교사는 반 아이들이 교실 안 수업 못지않게 교실 밖 체험활동을 통해서도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직접 동식물을 길러보는 체험 기회를 제공해 생명존중 의식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최근 큰 문제가 되는 다양한 양상의 학교폭력은 결국 생명경시 풍조에서 빚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텃밭 가꾸기나 사슴벌레·물고기 키우기 등 체험 기회를 제공해 생명존중과 사랑, 땀의 결실 등을 몸소 깨닫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10년간 여러 학생과 정성으로 가꿔온 텃밭에는 방울토마토와 오이, 배추, 상추, 수박, 총각무까지 다양한 품종의 채소가 자라고 있다.

전 교사는 “식물을 직접 가꾸다 보면 죽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이런 실패를 경험하면서 더 많은 사랑을 줘야 식물이 잘 자라고 열매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이 같은 체험 중심의 생명존중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편을 잡은 지 16년째인 전 교사는 부임 초기 엄격한 선생님과 온화한 선생님 사이에서 역할 설정을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학생의 말에 귀 기울이고 격의 없이 소통하는 교사가 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허락을 받고 아이들과 찜질방에서 함께 식혜와 삶은 달걀을 먹으며 마음속 깊은 생각과 고민 등을 듣는 데 힘썼다.

학생들과 진심이 통하고 ‘절친’이 되자 10여 년 전 제자들과의 인연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인이 돼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는 제자,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3∼4시간 걸리는 현재 학교까지 인사를 하러 오는 제자 등을 맞으며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그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 마음을 알아주고 노력하는 제자가 많았다”며 “꼭 제 교육철학 때문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회사원이나 예술가, 대학생, 가장 등 각자 현재 역할에 충실한 성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뿌듯해했다.

물론 교직 생활 중 ‘아픈 손가락’도 있었다. 과거 음주와 흡연, 가출, 절도, 폭력 행위 등 일탈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6학년 제자가 있었던 것. 가출한 학생을 다시 학교로 이끌기 위해 여러 날을 늦은 밤까지 찾아 헤매고 설득하고 수차례 기회를 줬지만 결국 학생은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런 뼈아픈 경험이 전 교사가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에 매진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그는 교사의 지나친 열정이 때로는 학생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보다는 ‘천천히 가도 좋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그는 “분교 운동장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그늘과 휴식처를 제공한 그 나무처럼 포근함이 넘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며 “묵묵히 최선을 다해 아이들이 진심을 갖고 다가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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