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정년 65세’땐 기업 15.9兆 추가 부담… 4대 연금 운용에도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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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1-07-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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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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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부가 현행 ‘60세 정년’을 더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정년연장이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사회 쟁점으로 떠오른 ‘정년연장’

생산가능인구 급감에 논의 불가피 … 使 “노동시장 유연화 선행돼야”

“성장동력 유지” vs “기업 부담”
勞使간 이해 충돌로 답보 상태

청년 일자리 빼앗는다 논리 속
취업직종 달라 갈등없단 분석도

日 올해 4월부터 70세까지 연장
美·英, 육체노동자外 정년 폐지

재계, 강제적 고용연장은 반대
임금체계 등 혁신 땐 수용 가능


‘정년연장’이 국내 주요 기업의 파업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도 ‘60세 정년’을 앞둔 근로자를 최대 65세까지 계속 고용하는 ‘고용 연장’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년연장은 고령사회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여론도 제기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부담만 늘리고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청년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정년연장을 하게 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어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1. 정년 개념은 무엇, 언제 시작됐나

정년은 근로자가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노사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퇴직하게 규정하는 한계 연령이다. 정년 제도는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리에서 고임금·고연령 근로자를 배제해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정년은 의무 규정이 아닌 권고사항이었지만 지난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가 법제화됐다. 당시 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와 복지비용 확대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년연장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60세 정년은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60세 미만의 근로자가 나이를 이유로 해고되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돼 해당 기업은 행정처분과 민·형사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2019년에는 대법원이 30년 만에 육체노동자의 근로가능 정년 기준을 만 60세에서 65세로 늘린 바 있다.


2. 정년제도의 종류는

정년제는 엄밀하게 두 종류다. 하나는 정년에 달한 때에 근로계약이 종료하는 것으로서 이 경우의 근로계약 종료는 ‘정년퇴직’이라고 부른다. 정년퇴직의 종류는 미리 정해진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퇴직하게 하는 ‘연령정년’, 일정한 조직 근무 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퇴직시키는 ‘근속정년’, 그리고 일정 기간 승진하지 못하고 동일 계급에 머물 경우 퇴직시키는 ‘계급정년’ 제도로 분류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년에 달한 때에 해고의 의사표시를 하고 그에 따라 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정년해고’라고 부른다. 이건 고용관계를 소멸시키는 제도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법리를 적용받는다.


3. 노동법상 정년 규정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19조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사업주가 임의로 근로자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것으로 본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는 ‘사업주는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해소하고, 고령자의 직업능력계발·향상과 작업시설·업무 등의 개선을 통해 고령자에게 그 능력에 맞는 고용 기회를 제공함과 아울러 정년연장 등의 방법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정년이 됐다고 해서 반드시 퇴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년이 근로계약의 종료사유이긴 하지만 반드시 종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로계약을 유지하거나 재고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4. 자동차업계에 임단협 쟁점으로 부각됐다는데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기아와 한국지엠까지 국내 완성차업계 1∼3위 기업이 모두 정년연장 갈등에 휩싸여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기아 노조는 만 65세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한국지엠 노조는 정년연장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완성차 업계는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가량 적으므로 인력도 덜 필요하다. 이에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년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 외에는 감원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년연장까지 이뤄지면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도 어려워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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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무원 정년은, 정부 65세로 늘리나

공무원 정년은 2008년에 60세로 연장된 뒤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 공무원연금 제도 개혁으로 공무원 수급 연령과 정년의 불일치로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무원연금 수급 연령이 65세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2022년에 정년퇴직한 공무원부터 퇴직 후 곧바로 공무원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공무원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문제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비혼 동거·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각종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년연장 카드는 꺼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공무원 정년연장 시 공무원 채용 인원과 공무원 연금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공무원뿐 아니라 고용 전반의 정년연장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6. 고용연장이 국가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은

고용이 연장된다면, 자연히 국가 재정과 국민연금 등 사회 전체적인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7월 ‘정년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14조4000억 원에 달하며, 보험료 등 간접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15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해당 보고서는 60∼64세 연평균 임금 감소율을 2.5%라고 가정하고 65세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을 이같이 산정했다.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공적기금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재 법·제도가 유지될 경우에도 국민연금 적립금은 2038년에 경상가격 기준으로 1344조6000억 원에 도달한 뒤, 2055년에 소진된다. 이미 적자 상태인 공무원연금은 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이미 재정수지 적자는 2조1000억 원이고, 2030년 6조8000억 원, 2040년 12조2000억 원 등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사학연금은 2033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돼 2048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7. 고용연장과 청년실업 관계는

고용연장과 청년고용은 제로섬 관계라는 주장과 반대로 상생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서로 논쟁 중이다. 정년연장이 청년의 고용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보면, 경제위기로 일자리 자체가 축소된 환경에서 청년과 장년층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는 논리다. 특히 청년 실업이 심각한 시기에 고용이 연장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들의 신규취업을 더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민간 사업체에서 정년연장의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청년고용은 평균적으로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연구도 나왔다. 반면, 세대 간 고용의 상생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취업하는 주된 직종이 다르기에 갈등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정년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주요국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을 분석한 결과 고령층 고용이 10명 이상 늘어나는 경우 청년층 고용이 0.59명 증가했다. 두 계층 고용 간에는 미약하지만 보완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8. 일본은 70세라는데…외국의 정년 규정은

일본은 올해 4월부터 근로자가 원할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고(高)연령자 고용안정법’ 시행에 들어갔다. 2013년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데 이어 다시 5년 더 늘린 것이다. 다만 연장하는 근로자의 지위는 프리랜서다. 자사 직원이 아니니 각종 사회보험의 부담이 사라진다. 인건비를 20∼50%나 줄일 수 있다. 나이 들어서도 일하려는 근로자와 인건비를 줄이려는 기업 간 윈윈 전략인 셈이다.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하는 시점을 정년으로 보는 대부분 유럽 국가는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정년을 늘리고 있다.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연금 개시 시점을 68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핀란드는 늦게 은퇴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도 65세인 정년을 오는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군인·경찰 등 육체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군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아예 정년을 없앴다.


9. 베이비 붐 인구정책상 정년연장 당위론

정년연장이 당장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와 청년 실업 가능성을 수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위성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인구 리스크에 대비해 고용 연장 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세대 갈등 등 사회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특단의 대응 없이는 2030∼2040년부터 인구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며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2020년부터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10년 후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2019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정년연장 문제는 단시간에 될 사항이 아니지만 고령화가 빠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0. 정년연장에 대한 재계 입장은

재계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고용 연장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강제적 정년연장’은 아니란 입장이다. 재계는 우선 2017년 정년 60세 의무화 전면 확대 이후 실제 고용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경영계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자신의 주된 일자리를 그만두는 연령은 2013년이나 지난해나 똑같이 49.4세였다. 또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시행한 연구용역 결과, 정년 60세 의무화는 신규채용과 거의 일대일의 ‘대체 효과’를 보였다. 정년이 늘어난 만큼 청년들의 신규 일자리가 날아갔다는 의미다. 경영계 관계자는 “강제적으로 정년을 더 연장한다면 전체 노동시장에 일자리 부족 사태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는 특히 정년연장을 검토하려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고용형태 다양화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 기반 인사관리시스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도경·김성훈·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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