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절룩절룩 걷는 낯선 아빠… 지금 모습 이대로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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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賞 김보현

사랑하는 아빠께

두 달 전 아침 엄마의 전화로 걸려온 119전화 한 통. 보이스피싱인 줄만 알았는데…. 아빠의 사고 소식이었어요.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와 맺히는 눈물을 잊을 수가 없네요. 버스 정류소에 서 계셨는데 음주운전 차량이 정류소를 덮치면서 한 분은 사망하시고, 아빠는 2m 이상 날아가 떨어져 의식이 없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어요.

저녁 7시면 “보현아, 아빠 왔다” 외치면서 반갑게 들어오시던 아빠인데, 그 사건 이후 매일같이 현관문을 쳐다보며 아빠만 기다리게 되었어요. 늘 아빠가 집에 와 놀아주고 책도 읽어 주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어요. 아빠가 안 계시니 모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도 갈 수 없어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과 걱정만 쌓여갔네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는, 빛과 같은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고 아빠가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셔서 마침내 집에 돌아오셨을 때 너무 감사하고 기뻤어요. 다리와 손, 머리는 아직 상처투성이고 걸음도 절룩절룩 걸으시는 게 낯설지만, 지금 모습 이대로 아빠를 사랑하고 감사해요. 그리고 잘 이겨내 주셔서 감사해요.

아빠가 저와 함께 같은 공간에 계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는 아빠가 잘 못 걸으시고 늦게 걸으시면 제가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잘 못 들으시면 제가 아빠의 귀가 되어드리고, 또 힘드시면 제 어깨를 내드리고 저를 잡고 걸으시게 할 거예요. 아빠가 지금껏 저의 버팀목이셨으니, 이제 제가 아빠를 지켜드릴게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의 사랑하는 딸 보현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