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8남매 잘 키워주시고… 어머니가 해주신 오이 냉국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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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순 (1927∼2008)

어머니. 오늘도 문득 그리워 글로나마 만나고자 합니다. 유난히도 자식들을 사랑했던 어머니. 저희 8남매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7월, 이 밭 저 밭 풀 매시며 비라도 내린 듯 이마가 땀으로 젖어 있던 까만 어머니 얼굴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저희와 이별하기 전 병원에 누워 계신 어머니의 잔잔한 미소가 잡힐 듯 다가옵니다. 살아계실 적 객지 생활한다고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이리도 한이 되고 슬플까요. 보고 싶다고 말하면 어머니는 그러셨죠. ‘다 늙어 빠진 얼굴 뭐가 보고 싶냐’고 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

여름날 땀으로 목욕하고 오셔서는 시원한 오이 냉국을 숨도 안 쉬고 들이켜시던 모습 또한 그립고, 미안했습니다. 철없던 그때의 아들은 맛이 별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죄송했어요. 어머니가 해주셨던 오이 냉국을 한 번이라도 다시 먹어보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며 아침저녁으로 전화 드릴 때 어머니의 기분 상태를 저는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가끔은 귀찮아하신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엄마 지금 바쁘다’고 말씀하실 때였죠. 어머니께서 전화보다 더 싫어하셨던 건 제가 보내는 편지였지요.

생각해보면 제 생각만 했던 거 같아요. 글을 모르는 어머니께 그것도 대여섯 장씩을 써서 보냈으니 혹시 뭔 일이 있나 하시며 편지를 들고 윗집 순덕이를 찾아가 읽어 달라 하셨을 텐데, 참 많이 죄송했어요. 그때는 어머니께 하고픈 말이 참 많았어요. 어머니와 함께한 20여 년의 세월, 언제든 내 앞에 불러낼 수 있는 그 풍경들, 사진 속 미소 없이 날 응시하는 어머니의 표정은 뭘 말씀하고 싶었던 걸까요.

어머니! 이 셋째아들 환갑이 지났어요. 저번 달 오월 초엿새 코로나19라는 유행병이 번져 조촐하게 지냈어요. 어머니, 누구나 그곳으로 돌아가지만 이렇게 짧을 줄 알았다면, 이렇게 순간인 줄 알았다면 시간과 싸워 어머니 팔이라도 붙잡아 볼 걸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루하리만큼 시간이 길어도 좋으니 붙잡고 또 붙잡을 걸 그랬습니다. 이 순간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셋째아들 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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