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마라, 두 가지 매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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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보면 심심찮게 마라탕을 파는 음식점이 보인다. 중국 쓰촨 지역의 음식이 이 땅에까지 전해져 체인점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맛은 매운맛으로 대표되는데 막상 접해보면 두 가지 매운맛을 느끼게 된다. 하나는 입술이 얼얼해지는 맛이고, 다른 하나는 혀가 알싸하게 굳는 맛이다. ‘마라(麻辣)’가 본래 그런 뜻이니 ‘麻’는 ‘마비(痲비)’에 쓰는 한자고 ‘辣’은 ‘신랄(辛辣)’에 쓰는 한자다.

음식의 매운맛을 즐기는 우리지만 중국에서 ‘麻’와 ‘辣’로 구분하는 맛을 우리는 따로 구별해서 표현하지 않았다. 그저 둘 다 ‘맵다’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리가 게으르거나 우리말이 뭔가 부족해서 그리된 것은 아니다. 혀를 마비시키는 듯한 이런 맛을 즐기지 않으니 굳이 표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뿐이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는 많이 쓰지만 ‘마한 맛’을 내는 화초(花椒)는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매운맛’이라고 표현하지만 ‘맵다’는 맛이 아니라 통증으로 표현해야 한다. 쓴맛, 신맛, 짠맛, 단맛 등은 혀의 미각세포로 느끼지만 매운맛은 피부가 아픔으로 받아들인다. 그 ‘매운 아픔’이 식욕을 돕기도 하고 흐릿한 정신을 각성시키기도 하지만 피부가 아프다고 반응하니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맛이 우리 음식을 대표하게 됐고 그 맛에 집착하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마라탕은 매력적인 음식이지만 그 ‘마라’ 때문에 많은 것이 묻힐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피부가 통증을 느끼며 마비되니 재료가 시원치 않아도 먹는 이들이 잘 못 느낀다. 매운맛 뒤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짠맛이 깔려 있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재료 본연의 맛을 덮고 심지어 감추기까지 하는 마라 향신료, 게다가 의사들이 입이 닳도록 말리는 매운맛과 짠맛이 가득하다면 경계할 만하다. 마라의 참맛을 즐기고 싶다면 이런 사실을 잊지 마라.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