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시영, ‘birch-white soul NO 20-10’, 120×60㎝, 아르시지에 아크릴 채색 후 한지 배접, 2020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는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져 있다. 지금이야 인공조림이 조성돼 한반도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엄밀히 경주 지역 근방에서 자생한 나무는 아니다. 그런데 왜 굳이 먼 북쪽에서 서식하는 자작나무 껍질을 가져다 그렸던 것일까. 화가 정시영도 어떤 미지의 이끌림에 따라 자작나무 숲을 그리고 있다.
사자의 영혼을 태워 하늘을 나는 천마가 영혼의 고향을 향해 가는 제의적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하얀 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저 북방 유목민 신화의 이끌림으로 거기서 힐링도 했고 그림도 그렸던 것이다. 그것에 대한 향수는 필경 핏줄에 대한 끌림과도 비슷한 것이다.
특이하게도 그는 완성에 즈음해 화면에 얇은 한지들을 여러 겹 배접한다. 결과는 옅은 안개가 드리워진 듯한 숲속의 정취가 몽환적으로 연출된다. 화면은 천상의 방향들로 가득한 샹그릴라다. 물기 흥건하게 번지면서 그려진 나무의 배꼽들이 생명의 수액을 분비하는구나.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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