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美육군기지 텐트에 ‘나홀로 탈출’ 아동 1692명 머물러…자해 시도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2일 공개된 미국 텍사스주 도나의 이민자 수용 시설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포일로 된 담요를 뒤집어쓰고 다닥다닥 붙어 잠을 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홀로 국경넘는 아동 급증 속
수용시설 ‘열악한 환경’ 논란

“디스토피아 여름캠프가 있다면 바로 여기일 것입니다.”

현재 1692명의 ‘나 홀로’ 이주 아동이 머물고 있는 미 텍사스주 포트블리스 육군기지의 한 내부 관계자는 이곳을 이렇게 묘사했다. 부모나 보호자 없이 홀로 국경을 건너는 아이들이 급증한 가운데 이들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의 열악한 환경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8일 미 의회와 정부 감시단체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포트블리스 육군기지에 수용된 아동 중 다수는 “감옥 같다. 여기서 꺼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 아이는 시설 탈출까지 시도했다. 수백 명의 아동·청소년이 비행기 격납고 크기의 텐트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으며, 턱없이 부족한 지원 탓에 상당수 남자아이는 몇 주 동안 속옷도 없이 지내야 한다. 자해 우려로 이들은 신발 끈은 물론 연필, 손톱깎이, 일반 칫솔도 금지된다. 그럼에도 최근 한 아동이 의료용 마스크에서 철사를 빼내 자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 자원봉사자는 미 CBS방송에 전했다. 그는 “이곳의 아이들은 다음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압도적인 불확실성과 불안감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2003년 이후 40만 명 이상의 아동이 부모 없이 나 홀로 미국 국경을 넘었다. 지난 5월에는 텍사스 국경에서도 보호자 없이 버려진 생후 11개월 및 2세, 3세, 5세, 7세의 온두라스 과테말라 국적 아동이 구조된 바 있다. 이들은 왜 혼자일까. 다른 나라로 향하던 중 부모가 사망하면서 혼자가 된 경우도 있고 아이는 강제 추방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부모가 아이들만 홀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밀입 국가에 가까운 친척이 있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이다.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대부분의 난민 아동은 높은 수준의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아이들 중 80%가 가족 중 1명 이상의 사망을 겪었고 60%는 신체적 폭행을 목격했으며 30%는 폭행을 직접 경험했다.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 절반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징후를 보였고 44%는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미얀마 군부의 박해와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로힝야 난민 아동 중 35%가 자해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아프간에서 전쟁 난민으로 태어나 현재 영국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와히드 아리안은 ABC뉴스에 “아이들의 경우 너무 어릴 때 끊임없는 불안정과 위험을 경험해 심리적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이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