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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남자의 클래식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09일(木)
밤에 어울리는 몽환적 선율…1814년, 쇼팽보다 먼저 ‘녹턴’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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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존 필드

17세에 스승 클레멘티에 헌정곡 1802년 유럽 순회공연서 명성 대타 연주·출연료 갈취 피해도 자유로운 피아노 소품곡 첫 시도1814년에 ‘녹턴’이름붙여 출판


계절에 맞춰 음악을 차별해 듣지는 않지만 감성이 깨어나는 가을밤엔 녹턴(Nocturn)이 듣고 싶어진다. 녹턴은 밤을 의미하는 라틴어 녹스(Nox)에서 온 것으로 우리말로는 야상곡(夜想曲)이다. 주로 피아노 독주로 연주되는 녹턴은 야상곡이라는 이름처럼 차분하고 낭만적인 밤에 어울리는 달콤하고 몽환적인 선율의 소품을 뜻한다. 흔히 녹턴 하면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쇼팽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녹턴의 원조는 아일랜드 출신의 작곡가 존 필드(1782~1837)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필드는 음악가 집안 사람으로, 아버지는 더블린 극장의 바이올리니스트였고 할아버지 또한 오르간 연주자였다. 필드도 어려서 할아버지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9세가 되던 해 필드는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톰마소 조르다니에게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13세가 되던 해 필드는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대작곡가인 무치오 클레멘티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클레멘티는 그 유명한 피아노 교본인 ‘소나티네’ 곡집의 대다수를 작곡한 사람으로 모차르트와의 피아노 대결에서 무승부를 거둘 정도로 당대 최고의 명연주자였다. 클레멘티는 13세의 필드에게서 비범한 재능을 발견하고 곧장 제자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레슨에는 조건이 있었는데 그가 운영하는 피아노 제작소에서 손님들에게 시범으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명연주자이자 대작곡가 밑에서 필드의 피아노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17세가 되던 해에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해 스승에게 헌정하기도 했다. 런던을 방문한 하이든은 “어린 소년이 완벽한 연주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802년 6월, 클레멘티는 제자 필드와 함께 유럽 순회공연 길에 오른다. 클레멘티는 신예 피아니스트인 필드를 앞세워 자신이 판매하는 피아노를 홍보할 생각이었다. 스승을 대신해 대타 연주를 하기도 하고, 또 출연료를 갈취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의 이름과 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1803년 6월 순회공연 일정을 마치고 클레멘티가 런던으로 떠날 때 필드는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80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홀에서의 데뷔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그는 단숨에 귀족사회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클레멘티와 결별 후 러시아에서 필드의 피아니즘은 진화하기 시작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피아노 소품곡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드는 주제의 제시나 발전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피아노 소품들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그저 피아노 페달을 사용해 울림을 주는 분산화음과 그 위에 감미롭고 서정적인 선율을 얹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1812년에 작곡한 3곡의 소품을 1814년 처음으로 ‘녹턴’이란 이름을 붙여 출판했다. 피아노 소품을 가장 처음 시도한 이도 필드이고, 녹턴이란 장르를 탄생시킨 이도 필드인 셈이다. 필드는 1812~1835년 총 18곡의 녹턴을 작곡했고 55세의 나이로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녹턴 5번

1817년 35세에 작곡한 작품으로 그의 녹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고전주의 가요 형식을 띠고 있으나 정형화된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다. 흔히 쇼팽의 녹턴과 비교하는데 쇼팽의 녹턴이 화려한 기교와 함께 음울하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를 띤다면 존 필드의 녹턴은 밝고 간결하다.

필드의 녹턴은 왼손으로는 부드러운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고 오른손으로는 ‘벨칸토 아리아’라고 묘사할 만큼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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