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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3일(月)
‘산해경’과 ‘순자’…義로 인간본성 조절해 자연과 더불어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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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⑦ 인간과 자연의 공존

끝없는 욕망으로 생태계 파괴
결국 ‘인간 파괴’ 단계로 진입

이익 추구하는 본성 자제하고
자연 향해 ‘의로움’ 구현해야


중국 신화의 보고 ‘산해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하루는 열 개의 해가 동시에 떴다. 지상은 하루아침에 아수라장이 됐다. 화들짝 놀란 하늘은 ‘예’라는 신에게 사태 수습을 명했고, 예는 9개의 해를 활로 쏴 떨어뜨림으로써 대재앙으로부터 세상을 구했다. 그런데 왜 해는 10개씩이나 있었고 또 동시에 떴을까?

▲  산해경
훗날의 해석은 이러하다. 이들은 하늘의 아들로, 형제간에 돌아가며 열흘에 한 번씩 떴다. 형제건만 다 함께 모일 수 없어서였다. 이에 작정하고 다 같이 모이자며 한꺼번에 떴던 것이다. 신들이 정해진 법을 어기고 돌출행동을 하는 바람에 애먼 인간들만 된통 고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자기 아들을 희생시켜 대재앙이 종식됐으니 태곳적 자연재해는 이처럼 인간과 무관하게 일어났고 또 해소됐다.

세월이 흘러 역사시대가 됐다. 자연재해는 이때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재해가 생긴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인간의 사악함이, 되먹지 못한 세태가 극에 달하면 하늘이 재해를 일으켜 인간을 혼내주려 한다는 식이었다. 그렇게 재해가 발생하면 인간은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자 열심히 치성을 드려야 했고, 덕분에 하늘이 노여움을 풀면 자연재해도 그친다고 믿었다. 사실 인간이 되먹지 못해서 하늘이 피해를 보는 건 없었음에도 어찌 됐든 하늘은 재해를 인간에게 내렸다.

이러한 하늘, 그러니까 자연에 대해 인간은 어떠한 태도를 취했을까? 우임금의 치수 이야기나 마을 어귀를 막고 있던 산을 옮겨 놓는 데 성공했다는 우공이산 이야기 정도는 자연에 맞서 승리를 쟁취한 예로 삼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는 신화나 전설일 뿐 역사로서 실재했던 일은 아니다. 확실한 건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엄청난 역량을 안겨주기 전 인류에게는 재해를 극복할 만한 역량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시절 인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자연을 섬기거나 본받는 것, 또 벗 삼는 길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조물주 작 최고의 요물답게 자연재해조차 자기 이익 실현을 위해 악용하는 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근대 이후처럼 인간이 자연을 공격하고 참다못한 자연이 자기 치유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재해를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지난 7월 27일 하루 동안 그린란드에서 85억t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북극과 인접한 곳인데도 8월 중순쯤에는 이틀 사이에 70억t가량의 비가 내렸다. 85억t, 70억t이란 양의 엄청남이 실감 나는가? 조물주가 있어 이 만큼의 물을 미국 플로리다주에만 부으면 주 전체가 10㎝ 가까이 잠긴다고 한다. 호주·시베리아·터키·그리스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기록적 폭염, 홍수는 ‘지구 최후의 날’이라는 수사를 연신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제 인간의 행위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직접적이고도 광범위하게 ‘인간 파괴’의 단계로 진입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 과연 정신 차리고 자연을 향한 공격을 멈출 수 있을까? 자본주의 근대문명은 지난 300∼400년간 인간 욕망을 한껏 키워왔다. 자연을 개발하지 않고서 증폭된 인간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한층 근본적인 차원에서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지 않고도 생존·생활할 수 있는 존재인지부터 짚어볼 필요도 있다. 순자가 던진 “사물이 저절로 생겨나는 자연을 따르는 것과 사물을 만들어 내는 인위를 따르는 것 중 어느 것이 낫겠는가?”라는 도발적 질문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대자연의 섭리에 기초한 공자의 도덕주의를 계승한 유학자임에도 그러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인간은 아무리 디지털시대라 할지라도 자연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순자는 이익을 좋아하는 인간 본성을 의로움으로 조절해야 인간다운 사회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제 그 의로움의 구현 대상을 인간에게서 자연으로 넓힐 때다. 그랬을 때 생태계 파괴가 인간 파괴로 이어지는 회로에서 다소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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