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10.24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인물일반
[인물] 고맙습니다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3일(木)
60여년 이어온 사제의 정…늘 등댓불처럼 저를 지켜주시네요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고맙습니다- 전선택 선생님께

부모와 자식 간이 팔천 겁 인연이라면 사제 간은 일만 겁이라 했다. 몸은 부모로부터 받지만, 눈을 뜨게 한 것은 스승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있다. 내게 그림을 배운 지인들과 함께 100세의 이북 출신 전선택 선생님을 찾아뵙고, 예술적 열정과 스승의 내리사랑을 나누고 싶다.

중학생 시절 땅거미 짙어질 때까지 야외스케치를 해오면, 선생님은 다음 날 늘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다. 단 1년밖에 배우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60년 인연을 이어온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인 듯하다. 8년 연한이 돼 사립학교로 가신 후로도 가끔 찾아뵈면 늘 따뜻이 맞아주셨다.

5~6년 전, 선생님께서 나의 전시 팸플릿을 보시고 전화를 주셨다. 이력을 보니 좋은 일 많이 하더구나, 반갑다 하시며.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죄로 바로 찾아뵈러 갔다. 내가 퇴직한 후 상록봉사단에서 공무원연금 수령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교회 노인복지관에서 미술치료까지 하고 있을 때였다. 세월 따라 선생님의 허리는 구부정했고 사모님도 기력이 몹시 쇠하신 듯했다.

그 후 어느 해 스승의 날, 선생님께서 쪽지를 내밀며 그 아래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라 하셨다. 세상을 떴거나 연로한 교수·작가들이었다. 아마도 애제자들과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픈 심정인 듯했다. 이후 말동무나 돼 드리려고 좋은 일 궂은일 없이 안부를 드리고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사무쳤던 20여 년 전 어느 봄날. 교원공제회에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다 했다. 선생님 은혜를 글로 썼고, 채택돼 인쇄물로 나왔지만 퇴직한 은사님께는 책자가 전해지지 않아 여태 말씀드리지 못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내가 고교 졸업 후 독학으로 준교사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은사님께서 직접 만년필로 또박또박 쓰신 서양 미술사 노트를 주시기에 받아쓰기하며 공부했다. 헌책을 여러 권 파고든 결과 전공이론시험에 붙어 최종 합격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고졸 20년 만에 대학을, 대졸 후 대학원 공부까지 이어간 것도 선생님이란 거울이 있어서였다. 선생님 삶의 큰 보람은 그림 그리는 일이라서 개인전을 40여 차례나 여셨다. 코로나19 직전 대구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하시더니 해가 바뀌니 또 개인전 소식을 주시기에 바로 달려갔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정이 담긴 20년 전의 책과 복사본을 늦게나마 보여드렸다. 마침 지역신문에 선생님 삶의 족적을 다룬 ‘100세 노 화백의 인생극장’ 기사가 났기에 스마트폰으로 읽어드렸다.

며칠 후, 한번 왔다 가라는 연락을 또 주셨다. ‘수천 제자를 가르쳤지만 네가 참 제자’라는 말씀과 함께 소품 한 점을 주셨다. 예전부터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소재로 그리시더니, 내게 주신 그림도 ‘소년과 연’이었다. 작품을 고이 안으며 자주 찾아뵙겠다는 인사만 맘속 깊이 드렸다. 뵐 때마다 부모님 뵙듯 기쁘고 한마디 칭찬과 덕담에 꿈결 속 만남처럼 가슴 저민다.

선생님은 몸이 많이 약해지셨지만, 여전히 맑은 청춘으로 그림에 매달리신다. 예술혼을 밝혀 오신 전선택 선생님. 어려서는 응석받이로 여기며 돌봐주셨고 커서는 등댓불처럼 늘 지켜주시는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자 이장희
대경상록봉사단아카데미 수채화반 교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 많이 본 기사 ]
▶ “18살 임신, 자퇴… 연락 안 되던 아이 아빠 사고로 죽어”
▶ ‘도수치료 어디까지?’… 女 환자 가슴부위 만진 물리치료..
▶ “이재명 지사님, 구치소 밥 맛있습니다…다른 증인도 있어..
▶ 홍준표 “화천대유·천화동인, 이재명의 대선 프로젝트”
▶ “유괴될 뻔한 아이들, 20m 달려 도망치니 범인이 포기”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기침 하지마”…커피숍에서 손님 폭..
‘한강 대학생’ 경찰수사 종료…친구, ..
미국 MZ세대가 본 ‘오징어 게임’ 열풍..
신용카드 주워보니 주인이 ‘인디아나..
‘영화계 거목’ 이태원씨 별세…‘서편제..
topnew_title
topnews_photo JT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팩추얼-오늘부터 가족’에 스무살에 홀로 육아하는 이루시아의 사정이 전해졌다.23일 첫 방송된 ‘팩츄얼-오늘..
mark“이재명 지사님, 구치소 밥 맛있습니다…다른 증인도 있어”
mark김태호·박진·심재철·유정복, 尹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재명 지사 대장동 연루 드러나나…“정민용 팀장..
‘도수치료 어디까지?’… 女 환자 가슴부위 만진 물..
홍준표 “화천대유·천화동인, 이재명의 대선 프로젝..
line
special news 실탄 없는 ‘콜드 건’ 소품이라더니 ‘탕’…알렉 볼..
불행한 사고로 촬영 감독 사망? 안전 외면 ‘인재’ 가능성 제기총격 닷새 전에도 ‘콜드 건’ 사고…노조 “안전..

line
“유괴될 뻔한 아이들, 20m 달려 도망치니 범인이 ..
“속옷 색깔 궁금해” 군 여성 상관 성적 모욕한 20대
이준석 만난 김종인 “11월 5일 지나봐야 결심”
photo_news
신용카드 주워보니 주인이 ‘인디아나 존스’…진..
photo_news
이재영도 그리스 리그 데뷔…“코치진, 동료 덕..
line

illust
‘60억분의1’ 표도르, 2년만의 복귀전서 1라운드 KO승

illust
고진영, BMW 챔피언십 우승…LPGA 투어 한국 선수 200승 쾌..
topnew_title
number “기침 하지마”…커피숍에서 손님 폭행한 40..
‘한강 대학생’ 경찰수사 종료…친구, 유기치..
미국 MZ세대가 본 ‘오징어 게임’ 열풍 이유..
신용카드 주워보니 주인이 ‘인디아나 존스’…..
hot_photo
신봉선, ‘오징어 게임’ 술래 인형..
hot_photo
김사랑, 미니스커트 소화…“다리..
hot_photo
회견장 깜짝 등장한 졸리 “마동석..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