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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7일(月)
80대에도 시원한 고음발사… 뜨거운 인생, 뜨거운 히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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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 주철환의 음악동네 - 쟈니 리 ‘뜨거운 안녕’

영화 줄거리를 함부로 퍼트려선 곤란하다. “범인이 누구냐 하면…” 이랬다가는 발설자도 범인 취급당한다. 예능에도 이런 스포일러가 있을까. 예전에 ‘나는 가수다’(MBC) 녹화를 보고 온 사람이 방송 전에 “이번 주 탈락자는…” 이럴까봐 제작진은 청중평가단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인터넷엔 정보가 떠다녔다. 고육지책으로 제작진은 방송 전에 ‘가짜뉴스’를 배포하여 시청자를 현혹(?)시키기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식 후일담도 전해온다.

‘복면가왕’(MBC)에서 가왕의 정체는 일급비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왕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방송 직후 유포되기 마련이다. 생방송이 아닌 한 그것까지 막아낼 도리는 없다. 맞거나 말거나 ‘아마도 그 사람일 거야’라고 예상해보는 건 시청자의 권리이자 즐거움이다. 더구나 복면 속 가왕이 뜻밖의 인물로 추정될 경우 그의 유임과 퇴장 여부는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될 소지도 조금은 있다.

지금부터는 순전히 추측이자 예능PD 출신의 촉인데 2021년 9월 말 현재 가왕은 ‘대단한’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젊음도 글자에 불과하다. ‘젊다’의 어원이 ‘짧다’와 동일하다고 배웠는데 그 짧은 젊음을 어떻게 연장, 확장하는지는 오로지 자신의 결심과 관리에 달렸다. 나이 먹은 게 자랑이냐고 물으면 마음먹은 게 자랑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것 같은 그는 80대 중반(1938년생)의 현역이며 고음발사에도 난관에 봉착하지 않는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다. 본명은 이영길, 예명은 쟈니 리다. 쟈니는 미국 가수 쟈니 마티스(외래어표기상으로는 조니 마티스)에서 따왔는데 미국인 양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고음엔 난관이 없어도 생애엔 난관이 많았다.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면 황정민 주연의 ‘국제시장’을 방불케 할 것이다.

만주에서 연극배우인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상하이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외가인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6·25 전쟁을 만났다. 13세 때 피난처인 부산에서 미군 장교에게 입양됐다. 1958년 쇼 단체에 들어가 미군 부대에서 팝송을 부르며 가수의 길을 걸었다. 미국에 거주하며 주방보조를 한 적도 있고 결혼과 이혼도 여러 번 했다. 암을 이겨낸 전력도 있다. 이게 모두 다 본인의 육성에서 나온 얘기니 한 마디로 드라마 같은 다큐멘터리다.

히트곡 하나로 기억되는 가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르는데 쟈니 리는 적어도 찬란한 오리지널 두 곡이 가요역사에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하나는 ‘뜨거운 안녕’ 또 하나는 ‘사노라면’이다. 두 곡 모두 1966년에 나온 동일한 음반에 수록돼 있다.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안녕’의 가사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너무나 깊이 맺힌 그날 밤 입술/ 긴긴날 그리워 몸부림쳐도’ 노래방이 생기기 전 숱한 술자리에서 실연의 노래가 울려 퍼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또다시 말해주오 사랑하고 있다고/ 별들이 다정히 손을 잡는 밤’

동일한 제목의 노래가 21세기에도 잇달아 출현한 것은 언어의 온도가 그만큼 뜨거워서 아닐까. ‘이대로 이 세상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어/ 수줍은 너의 목소리 따뜻한 너의 체온’(2007 토이 ‘뜨거운 안녕’ 중)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그리워 어지러워 서러워 기분 더러워’(2012 싸이 성시경 ‘뜨거운 안녕’ 중)

‘사노라면’의 원제목은 ‘내일은 해가 뜬다’다. ‘비가 새는 판잣집에 새우잠을 잔대도/ 정든 사람 곁이라면 행복하지 않더냐’ 사랑과 희망이 주제인데도 바로 금지곡이 됐던 이유는 단순하면서 무지하다. ‘그럼 오늘은 해가 안 뜬단 말이냐’ 설령 복면을 벗었을 때 쟈니 리가 아니어도 무방할 듯하다. 노랫말처럼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음악동네의 주민등록번호는 진짜로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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