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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07일(木)
가스·석탄값 급등 → 中·印 전력난 → 물가 폭등… ‘무서운 I’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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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포커스 - 전세계 인플레이션 공포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
516.84로 사상 최고 기록
천연가스 129% 폭등하고
발전용 석탄값 두배로 올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인도
석탄값 폭등에 전력난 허덕
수출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3.4%로 13년만에 최고치
터키 지난달 19.58% 올라

물가 폭등 속 성장률 지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은 30년 내 최고 수준이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3.4%)도 13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역시 6월부터 5%대 중반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신흥국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터키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58%를 기록했으며 조만간 발표될 브라질과 러시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0.2%, 7.0%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크다. 공급충격으로 발생한 물가 상승의 경우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통제하기 어려운 데다 물가 상승이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발 인플레이션 =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거론된다. 코로나19 등으로 경기가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 에너지, 금속, 곡물 등 23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는 4일(현지시간) 516.84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나 이후 90% 넘게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원자재는 에너지 부문에 집중됐다.

특히 최근 유럽이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의 원료를 석탄이나 원유에서 천연가스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천연가스가 올해 들어서만 129% 올라 23개 원자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세계 석탄 가격의 기준이 되는 호주 뉴캐슬 발전용 석탄 가격도 최근 t당 200달러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연초 대비 10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석탄 채굴이 가뜩이나 환경 규제 강화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발전용 석탄 수요를 부추긴 결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이를 ‘그린플레이션(Green+Infl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알루미늄(47%)과 구리(20%) 가격이 올랐고 브라질 가뭄은 커피(56%)와 설탕 가격(27%)을 끌어올렸다. 면화(34%) 선물 가격은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브렌트유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의 가격 상승은 중간재를 거쳐 소비재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원자재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가격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인상은 휴대전화부터 자동차까지 연쇄적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인도 에너지 위기가 인플레이션 부채질 = 문제는 최근 석탄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중국의 전력난이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공장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줄었던 소비가 다시 늘어나면서 가동 속도를 올리고 있었으나 예상치 않은 석탄 대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석탄 공급 부족으로 공장의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석탄 수급난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역시 제조업에 악재다. 실제 중국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廣東)성은 전력 사용량 피크 시간대에 전기요금을 25% 올렸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9월 발표된 중국의 8월 PPI 상승률은 9.5%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미국과 유럽 등의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를 압박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대중 수입 비중이 상승함에 따라 중국 생산자물가와 이들 국가의 소비자물가 간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중국 수출단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과 더불어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인도까지 전력난 위기에 몰렸다. 인도 경제지 민트는 인도 전력부를 인용해 지난 1일 기준으로 현지 석탄 화력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 재고가 사흘 치도 남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른 50곳의 재고도 4∼10일 치만 남았으며 10일 이상의 재고가 있는 곳은 13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에서 석탄 발전은 총 발전 중 53∼70%를 차지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 이런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전 세계 경제를 괴롭혔던 경제현상으로 물가는 오르지만 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당시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물가는 상승했지만 경제 성장은 정체돼 한동안 세계 경제는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조어다.

특히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석좌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현상(공급망 차질로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1970년대 목격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연상시킨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이전 전망보다 0.8%포인트 오른 4.2%로 예측하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전 전망보다 1.1%포인트 내린 5.9%로 조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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