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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8일(木)
‘노잼남’ 기시다의 위기… 중의원 ‘절대안정 다수’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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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포커스

日 중의원 선거 D-3
자민당 참의원 보선서 1석 상실
무난한 승리 예상했다가 충격

당내서도 “선거 얼굴로 부적합”
유세장선 인지도 밀리는 굴욕
지역구 의석 대폭 감소 전망도
‘부동층’표심에 정권 명운 달려

‘富의 분배’ 슬로건 내걸었지만
‘양극화 해소’ 구체대책 안보여
“결국 아베노믹스 답습” 비판도


“기시다는 역시 선거의 얼굴로는 약한 것인가.”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오는 31일 중의원 선거의 전초전 격인 시즈오카(靜岡) 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하자 당직자들이 이와 같은 불만 섞인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고 최근 보도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중의원 선거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실제 여론조사들에서도 자민당이 야당 연합에 쫓기면서 접전지 선거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나가타초’(일본 의회가 있는 지역) 최고의 ‘노잼남’(재미없는 남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낮은 인지도와 인기가 참의원 보궐선거에 이어 중의원 선거에서도 확연히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번 선거의 유세 과정에서 다른 정치인들에게 인지도에서 밀리는 ‘굴욕’을 수차례 당했다. 초등학생 100명에 둘러싸였던 고노 다로(河野太) 자민당 홍보본부장과 극우 보수층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인기가 오히려 더 높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취임 이후 한 달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치르는 중의원 선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1년 만에 물러난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는 수많은 전임 총리가 밟았던 ‘단임 정권’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민당, ‘부동층’ 마음 못 잡으면 ‘절대 안정 다수’ 달성 어렵다 = 지난 24일 2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은 낙승 예상과 달리 한 석을 잃었다. 충격적 결과에 기시다 총리는 “다양한 요인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제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싶다”고 밝혔을 정도. 특히 11월 중순 예상됐던 중의원 선거를 당겨 치르는 ‘승부수’를 던진 기시다 총리로서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가 중의원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가 오사카(大阪)와 교토(京都) 등을 돌며 선거 유세를 한 뒤 당 본부로 돌아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간사장 등 중진들과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선거의 얼굴’로는 부적합하다는 우려가 더욱 확산됐다. 한 자민당 중진 인사는 “선거에서 계속 이긴 아베 전 총리에 비해 기시다 총리가 약하다는 게 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의석수가 현행 276석에서 줄어들 것이며, 과반 달성도 불확실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자민당이 218∼24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고, 지지(時事)통신은 자민당이 과반의 기준선인 233석 확보를 “노리는 상황”이라고 봤다. 자민당 의석이 과반에 이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

자민당 과반 확보 실패는 자민·공명 연립 양당의 ‘절대 안정 다수’(266석) 유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절대 안정 다수’는 중의원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전부 차지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점하는 의석수를 뜻한다. 산케이·FNN은 자민당 218∼246석, 공명당 24∼29석으로 예측했는데, 이 경우 양당 의석을 합하면 242∼275석이 된다. 자민당이 절대 안정 다수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나 장담은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해산 전 110석보다 다소 늘어난 의석을 얻고,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본유신회는 기존(11석)의 최대 3배까지 의석수를 늘리면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자민당의 절대 안정 다수 차지 여부는 ‘부동층’ 표심에 달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사히(朝日)신문 설문조사에서 부동층은 지역구 설문 응답자의 40%, 비례대표 설문 응답자의 30%에 달했다. 지역구 74곳이 접전 양상인데, ‘부동층’ 표심이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일본 주요언론들 역시 “정세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종반 정세에 따라 결과가 크게 변할 것 같다”고 예측하고 있다. 특히 ‘부동층’은 정당보다는 개인 후보의 자질이나 특정 이슈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각 당의 정책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 쟁점은 기시다가 내세운 ‘분배’정책?…‘아베노믹스’ 아류 비판도 = 기시다 총리가 이번 중의원 선거 승리를 위해 내건 슬로건은 ‘분배 없이 성장도 없다’다. 실제로 지난 19일 열린 9개 정당 당수 토론회에서 ‘분배’라는 단어가 45번이나 언급되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 단어로 떠오른 상태다. 아베 전 내각의 ‘아베노믹스’가 남긴 부작용,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겹치면서 일본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빈부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베 시대의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 색채가 강했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도시와 농촌 간 양극화가 심해졌다”면서 “경제 상황 악화에 민심도 흉흉해진 만큼, 기시다 총리는 경제 및 분배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구체적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지원금을 육아 세대로 지원 확대하고, 직원의 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계획 정도가 지금까지 나온 정책이다. 기시다 총리마저도 지난 26일 첫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에서 “성장 전략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그 과실을 노동자에게 임금 형태로 분배해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는 기본 방향만 되풀이했다. 한 경제부처 간부는 “분배정책의 명확한 방향성은 아무도 모른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기시다 총리가 선거용으로 ‘분배’를 꺼내 들었을 뿐 실제 경제정책은 ‘아베노믹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정부 사회보장심의회 위원인 미야모토 다로(宮本太郎) 주오(中央)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지금의 일본은 정직원으로 고용된 취업층, 생활 보장을 받는 복지 수급층, 비정규 고용자·프리랜서 등 3개 계층으로 분열돼 있어 상당히 복잡하다”면서 “기시다 정권이 구체적 정책 없이 ‘분배 없이 성장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말장난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헌민주당·공산당 등 야당들도 기시다의 분배정책은 아베노믹스라는 ‘실패작’을 개선할 실질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 센터장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와 아베 시대에서 볼 수 있듯 일본은 장기 집권 뒤 후임 정권이 단명하는 역사를 반복해왔다”며 “국민이 원하는 건 ‘과격한 개혁’이기에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자민당 내부 세력과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향후 기시다 정권이 단명하지 않기 위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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