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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Premium Life 게재 일자 : 2021년 11월 03일(水)
흑사병 고통 위로하던 장미수 香으로 ‘코로나 블루’ 달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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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마리아노벨라 브랜드 800주년 기념 향수 ‘로사 가데니아’.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 Premium Life-산타마리아노벨라 브랜드 탄생 800주년

800주년 기념 제품
‘로사 가데니아 오 드 코롱’
신세계 인터내셔날
‘피렌체 1221 에디션’ 판매
딥티크 ‘도손’·바이레도 ‘블랑쉬’
M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

1221년 도미니크 수도회
伊 피렌체에 정착한 뒤
수도사들이 향유 제조 시작
1612년 정식 약국 허가
중세시대부터 사용된 장미수
‘아쿠아 디 로즈’로 명성


2020년대 초반은 인류사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지구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완전한 퇴치는 당분간 어려워지면서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700년 전 이탈리아에서도 끔찍한 팬데믹이 발생했다. 단 5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당시 유럽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숨졌을 정도로 끔찍한 역병이 돌았다. 전염병은 인류 사회의 문화와 생활을 통째로 뒤바꾼다. 흑사병이 이 당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에 미친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피렌체의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이 꼽힌다. 1차 흑사병 발생 직후 조성된 예배당의 제단화에서는 미술을 통해 구원을 얻고자 한 당시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도손’
피렌체 중심부에 위치한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은 13세기 도미니크 수도회의 교회로 지어졌다.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약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는데, 주로 교회 정원에서 키운 허브와 꽃을 원료로 향유 등을 만들었다. 일부는 시장에 내다 팔아 수도원 살림에 보태기도 했다. 흑사병이 피렌체를 덮치자 수도사들은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장미수를 증류해 내놓았다. 수도원 내부 약제실은 이후 1612년 정식 약국 허가를 받았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공식적인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당시 이들이 내놓았던 장미수를 증류한 제품은 ‘아쿠아 디 로즈’라는 이름으로 토너, 섬유 방향제, 컨디셔너 등으로 쓰이며 지금도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산타마리아노벨라의 기원은 도미니크 수도회의 수도사가 피렌체에 정착한 12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시대 이래 이어져 온 자연 유래 성분과 전통 제조 기법만을 지켜온 산타마리아노벨라는 향수를 비롯한 스킨케어와 보디 및 헤어, 반려동물, 방향 제품까지 선보이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블랑쉬’
산타마리아노벨라는 지난달 브랜드 탄생 800주년을 맞아 향수 ‘로사 가데니아 오 드 코롱’을 선보였다. 로사 가데니아 오 드 코롱은 산타마리아노벨라가 수백 년 동안 스킨케어와 보디용품에 사용해 오던 ‘로사 가데니아’ 향을 향수로 재현한 제품이다. 그간 다양한 제품에 첨가돼 브랜드를 대표하는 향으로 자리 잡았으나 향수의 필수 원료인 알코올과의 배합이 어려워 정작 향수로는 구현되지 못했었다.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와 치자꽃(가데니아)의 부드러움이 만난 매혹적인 꽃 향으로 시작해 부드러운 바닐라와 머스크 향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800주년을 기념한 제품인 만큼 용기 디자인 또한 전통 양식으로 되돌아갔다. 기존 산타마리아노벨라를 상징하는 반투명 용기 대신 원래 수도승들이 사용하던 것으로 전해진 투명 용기로 교체했으며 라벨 디자인도 전통 양식을 계승해 새롭게 디자인했다.

기존 향수제품과 달리 스프레이 일체형 뚜껑을 채택해 동봉된 스프레이 캡을 따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고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50㎖와 100㎖ 두 가지 용량으로 출시됐다. 산타마리아노벨라를 수입·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로사 가데니아 오 드 코롱’ 외에도 ‘멜로그라노’와 ‘아쿠아 델라 레지나’ ‘프리지아’ 등 대표 향수 7종을 800주년 기념 패키지에 담은 ‘피렌체 1221 에디션’ 판매에 들어갔다.


향수제품뿐만 아니라 디퓨저, 향초, 방향제 등도 인기가 높다. 특히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산타마리아노벨라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7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신비로운 향을 통해 팬데믹으로 우울해진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디퓨저 제품인 ‘프로퓨모 빼르 엠비엔테’는 지난해 3월 출시 당시 준비했던 물량이 국내에서 보름 만에 모두 완판됐을 만큼 큰 인기를 끌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산타마리아노벨라 측은 최근 패키지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나만의 차별화된 향을 원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향수의 판매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8월 진행한 뷰티 기획전에서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의 매출은 816%, 바이레도는 763%, 산타마리아노벨라가 479%나 뛰기도 했다. 니치 향수는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nicchia)’에서 나온 단어로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란 의미로 쓰인다. 이에 한 병(50㎖)에 최소 2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대까지 하는 프리미엄 향수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도 딥티크의 ‘도손(DOSON)’이나 바이레도의 ‘블랑쉬(BLANCHE)’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향은 이미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곧바로 향 구분이 가능할 만큼 저변이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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