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공부하고 일하시는 아빠를 보고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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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전북교육감賞 유민서

아빠, 이 편지는 그동안 적었던 편지들과는 다를 거예요. 언제일지 모르는 훗날 아빠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순간을 생각하면서 채웠거든요.

어렸을 때 아빠와의 추억을 생각하면 숨바꼭질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아빠가 퇴근하고 도착할 오후 7시 무렵이면 신이 나서 집 곳곳에 숨어 있다가 아빠가 찾아내면 품에 꼭 안겼던 그 기억이 따뜻하고 포근하게 남아 있거든요. 저녁 식사 후 항상 저와 언니를 데리고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에 가서 놀아주고, 주말마다 도서관에 있는 우리를 데리러 오기도 하셨죠. 그때는 아빠가 그렇게 우리를 위해 시간을 써주는 게 일과처럼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 그 시간의 의미들을 서서히 깨닫고 있어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와서 얻은 얼마 안 되는 아빠만의 시간을 오로지 우리에게 쓰신 거잖아요. 아빠와 함께 보냈던 그 시간이 사실 당연한 게 아니었더라고요.

아빠의 삶을 보면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의 직업에 대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자신감 있게 일하시는 모습이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공부하고 배우며 삶에서 실천하려는 모습도요. 혼자만 잘 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도 살펴야 한다면서 실제 그 사람들을 도우며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끼는 점이 많아요.

저는 직업은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빠가 수십 년간 직업에 사명감을 갖고 재미있게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갖고 싶은 직업에 대해 다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아빠의 당부를 잊지 않고 임할게요. 앞으로 살면서 중요하고 힘든 결정을 많이 하겠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인 아빠가 계실 테니 걱정이 덜 돼요. 내 생각과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우리 아빠, 언제나 위로받고 배웁니다.

이번 편지의 계기가 된 ‘존재만으로 빛나는’이란 책을 봤어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 이번 생 가운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가 언제인지를 여쭤보면 비슷하게 돌아오는 답변이 하나 있대요. “우리 부모님 살아계실 때로 돌아가 보고 싶어, 제일 그립지…그때는 몰랐어. 부모님 살아계신 모습 딱 한 번만 더 보고 싶어. 그냥 그것뿐이야”라는 말이래요.

그때가 돼서 비로소 알게 되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부모님. 함께하는 시간의 기적이라는 것이 제가 철들 때까지는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같이 보낸 모든 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이 편지를 읽고 계실 아빠의 시간, 앞으로 함께 보낼 모든 시간까지 그저 옆에 계셔 주시는 것 자체로 엄청나게 소중한 시간이에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아빠와 함께한 모든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아빠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둘째 딸, 민서.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