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7년 전력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K9A2 고반응화포 검증 사격 장면. 자동화 포탑 탑재 ‘고반응화포’가 개발되면 분당 발사속도가 기존 6발에서 9발로 빨라진다. 영국 차기 자주포 도입(MFP) 사업에서 독일, 스웨덴 자주포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디펜스 제공
■ What - 호주와 1조원대 수출계약 ‘K9 155㎜ 자주포’
1989년 한화디펜스·현대위아 등 100여곳 참여해 1998년 개발 성공… 47t 무게에도 시속 67㎞·최대사거리 40㎞
2001년 터키 시작으로 7개국 수출… 이집트도 성사땐 누적금액 5조원 달하고 중동·아프리카 시장 교두보 확보
수출 효자 무기인 K9 155㎜ 자주포가 ‘K-방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K9은 지난 13일 호주 정부와 약 1조 원 규모의 수출계약에 성공하면서 세계 자주포 시장의 독보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K9은 자주포 시장 최강국인 독일과 미국을 제치고 올해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다. 그만큼 K9은 세계 방산 수출 9위(2020년 기준)인 우리나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주자다.
◇이집트 수출 성공 시 누적액 5조 원…단일 방산 장비로 최대=한화디펜스와 호주 국방부획득관리단(CASG) 간 계약금액은 9320억 원으로 자주포 30문, 탄약운반장갑차 15대 규모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계약을 목표로 이집트와 추진 중인 약 2조 원대 수출에 성공할 경우 K9 누적 수출 총액은 약 5조원으로 원대로 껑충 뛰게 된다. 국내 방산 수출 사상 단일 방산 장비로는 최대 규모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35억 달러(약 4조 원) 규모 LIG넥스원의 천궁Ⅱ 수출금액과도 맞먹는 액수다. 특히 호주에 대한 K9 수출은 미국이 이끄는 영어권 5개국 첩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국가에 대한 첫 수출이다. 또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주요 무기체계를 호주에 수출한 사례이기도 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9자주포와 함께 움직이는 궤도차량형 K10탄약운반장갑차. K9과 함께 수출된다. 한화디펜스 제공
여기에 유럽·아시아 등지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K9이 세계 3위 무기 수입국인 이집트 수출에 성공하면 중동·아프리카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이집트 수출은 K9 자주포 수백 문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묶음상품(패키지)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K9은 지난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와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등 7개국에 630여 문이 수출됐다.
K9은 1989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삼성테크윈(한화디펜스 전신), 현대위아, 풍산, 한화 등 100여 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연구를 시작해 1998년에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K9 포 구경은 155㎜, 최대 사거리는 40㎞에 달한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를 탑재해 급속 발사 시 15초 이내에 초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3분 동안 사격 시 분당 6∼8발을 쏠 수 있다. 1시간 동안 지속 사격 시에도 분당 2∼3발의 사격 능력을 구현한다.
K9은 탱크가 아닌 자주포인데도 최신 탱크 못지않은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한다. 중량이 47t에 달하지만 1000마력의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대 시속 67㎞까지 달릴 수 있다. 특히 먼 거리의 적을 정밀사격으로 타격한 뒤 신속히 다른 장소로 이동해 다시 공격할 수 있다. 이른바 ‘슛앤드스쿳(Shoot & Scoot)’ 방식의 신속한 진지 변환 전술 운용에 최적화됐다. 뛰어난 기동성으로 험한 산악 지형은 물론이고 광활한 평원이나 혹한의 설원, 뜨거운 사막이나 습하고 복잡한 정글 등에서도 원활하게 주행·기동할 수 있다. 기후와 지형이 다른 세계 어느 나라든 수출하기 적합하도록 설계된 맞춤형 자주포다.
◇북 연평도 도발 때 진가 발휘…K9 진화는 진행 중=K9이 수출 효자가 된 것은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휴전 후 저지른 첫 포격 도발로 벌어진 연평도 포격전에서 대북 타격력의 주역으로 진가를 발휘한 덕분이다. 북한의 기습 포격에도 80여 발의 대응 포격으로 포격전을 승전으로 이끌면서 한국군 포병 전력의 핵심 타격무기로 자리 잡았다. 남북 간 포병전이 벌어진다면 K9 자주포 대 북한 방사포(다연장로켓) 간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K9의 성능개량은 대북 군사력 우위 확보에 필수적이다.
현재 STX엔진은 K9의 심장인 엔진을 독일제 대신 국산 1000마력급 엔진 및 엔진제어장치로 바꾸기로 하고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또 K9은 2030년대까지를 목표로 총 3단계 성능개량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첫 번째 개량형인 K9A1 모델은 2018년부터 실전 배치됐는데 보조동력장치(APU)가 달린 덕분에 주엔진 가동 없이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또 조종수의 야간잠망경을 ‘열상형’으로 바꿔 주야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자동사격통제장치도 향상돼 실시간 탄약 현황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2027년 전력화를 목표로 두 번째 개량형인 K9A2 모델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탄약 장전을 100% 자동화할 수 있는 자동화 포탑을 탑재한 ‘고반응화포’가 개발되면 분당 발사속도가 기존 6발에서 9발로 빨라지고, 탄약 장전을 위한 인원이 필요 없어져 탑승 인원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 고반응화포 기술 개발은 ADD와 한화디펜스가 함께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 8월 완료한 상태다. 호주에 수출된 K9A1은 향상된 탄약을 사용해 54㎞까지 사거리가 늘어났다.
한화디펜스는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세 번째 성능개량형인 K9A3 모델도 개발하는 등 K9 진화는 계속될 예정이다. K9A3는 사거리가 70∼100㎞로 크게 늘어나는 한편, 인공지능(AI) 기반의 사격통제 기술과 원격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등 첨단 무인화 기술이 접목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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