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황제조사 CCTV 유출’ 뒷조사하고… ‘첩보 받았다’ 변명

이성윤 찍힌 장면 보도 이후
수사관, 건물관리인 직접 탐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을 촉발한 언론의 CCTV 입수 경위를 뒷조사한 명분으로 내세웠던 첩보가 외부에서 입수한 게 아니라 사실상 자체 탐문 조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보도 경위를 파헤친 자체 ‘셀프 첩보’를 토대로 사실상 언론의 취재원 색출에 나섰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7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에서 파견된 공수처 수사과 소속 A 수사관은 지난 3월 이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수처 조사를 받기 위해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에 타고 내리는 장면이 찍힌 CCTV 언론 보도 이후 해당 건물관리인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A 수사관은 건물 관리인으로부터 “언론 보도 전 (이 고검장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서 다녀간 이후, 한 여성(기자)이 찾아와 CCTV 영상을 가져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A 수사관은 CCTV 소유 건물에 명함을 남기고 간 뒤, 이후 건물관리인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정식 내사 단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수사관은 건물관리인에게 들은 내용을 김 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에게도 전달했다. 이후 공수처는 건물관리인 진술을 토대로 ‘수원지검에서 언론에 CCTV 영상을 흘렸다’는 가정 아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내사에 이어 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건물관리인 탐문 등 셀프 첩보를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한 기자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는 등 ‘취재원’ 색출에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