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美 소득 불평등의 주범”… 창업주 손녀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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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직접 제작한 애비게일
“직원들 저임금에 시달릴때
사장은 782억원 보수 챙겨”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가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로 미국 내 소득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주범”이라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24일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된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를 제작한 사람이 다름 아닌 공동 창업주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애비게일 E 디즈니(61·사진)라는 점이다. 가문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상속받은 그는 “나무의 안쪽만 갉아먹어 나무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본딱정벌레(Japanese Beetle)처럼 돈은 정말로 사람을 망친다”고 말한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애비게일이 노배우 캐슬린 휴즈와 함께 공동 감독한 이 영화의 제목은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다른 동화들’(The American Dream and Other Fairy Tales)이다. 영화에는 시간당 15달러(약 1만8000원)를 받고 일하던 4명의 디즈니 직원이 나온다.

이들은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매일같이 약과 음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궁핍한 삶을 산다. 이런 가운데 2005~2020년 디즈니 CEO를 지냈던 로버트 아이거는 2018년 한 해에만 6560만 달러(782억6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애비게일은 할아버지를 회상하면서 “그였다면 같은 회사에 굶는 이들이 있는데 6600만 달러를 챙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디즈니 일가는 애비게일의 아버지인 로이 E 디즈니가 2003년 이사회에서 물러난 뒤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애비게일은 3년 전부터 디즈니의 저임금 구조를 공개 비판해 왔다. 이번 영화에는 그녀의 언니인 수전과 동생인 팀도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애비게일의 캠페인에 처음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가 있다. 애비게일은 CBS 인터뷰에서 “돈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갉아먹는다”는 자신의 신념이 가족 사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