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發 일손부족에… 또 텅 비어가는 美 슈퍼마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내 아이는 백신 실험 대상 아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3일 수도 워싱턴DC의 내셔널 몰에서 ‘접종 의무화를 반대한다’ ‘내 아이들은 실험용 기니피그가 아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변이 확산에 격리 노동자 급증
공장 가동률 떨어지고 물류비상
美 소매업체 식품 재고율 86%
델타 휩쓸던 작년 여름보다 낮아
또다시 찾아온 ‘공급망 쇼크’에
임금 - 물가 상승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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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하며 미국 슈퍼마켓에서 다시 식료품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오미크론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노동자들이 늘어 일손이 부족해지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물류 역시 충격을 받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공급 부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이어지며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은 올랐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시장조사업체 IRI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미국 소매업체의 식품 재고율은 86%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90% 이상 재고율에서 크게 하락한 수준이며, 델타 변이가 미국을 휩쓸던 지난해 여름보다도 낮은 수치다. 특히 WSJ는 셧다운에 대비해 소비자들이 냉장고에 쟁여두기 쉬운 냉동 쿠키, 냉장 반죽의 재고율이 60~70%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생산량 하락도 나타났다. 미국 농무부는 1월 둘째 주 소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떨어졌으며 돼지고기는 9%, 닭고기는 4% 하락했다고 밝혔다.

WSJ는 이 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 일손 부족을 꼽았다. 오미크론에 감염돼 일을 쉬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의 대형 농산물 생산업체인 처치 브라더스 팜스의 애리조나주 생산시설에서는 노동자 10명 중 1명이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중·남부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피글리 위글리의 경우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의 물류 담당 직원 3분의 1이 병가를 낸 상태다. 식료품 소매업체 앨버슨스 컴퍼니의 비벡 샌커런 CEO는 “식품 공급망이 올해 초에 정상화되리라 생각했지만, 오미크론의 확산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찾아온 공급망 충격이 안 그래도 높은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워싱턴포스트(WP)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랐음에도 불구, 더 높은 물가상승률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하락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 민간 부분의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7% 올랐지만 물가는 7% 올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2.3%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WP는 “수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던 임금 상승률이 지난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면서도 “그럼에도 물가가 더 많이 올라 많은 미국인이 1년 전보다 더 낮은 구매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처럼 고물가와 높은 임금상승이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주체 간 고물가 기대가 형성되면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리고 노동자는 임금 상승을 요구해 오히려 물가가 더 오르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