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 말고 PCR 해달라”… 곳곳서 실랑이

■ 광주 등 시범 전환 4곳 가보니

질병청, 2인용 검사키트 배포
가족 외엔 검사 꺼리는 경우도

평택=박성훈·광주 = 정우천 기자

26일 오전 경기 평택보건소 선별검사소 앞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1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시민 백모(38) 씨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가 확진됐다는 얘기를 듣고 밀접 접촉자는 아니지만 불안한 마음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검사 희망자들은 검사장으로 지정된 천막에서 보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한 뒤 자가진단키트를 받아 검사를 수행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하며 이미 우세종이 된 경기 평택과 안성, 광주, 전남 등 4개 지역에서 26일부터 변화된 진단검사 체계가 시범 적용됐다. 방역 당국이 오미크론 변이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검사·치료 체계를 전환한 만큼, 향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부터 동네 병·의원 중심의 검사·치료 체계 전환이 시작된다”며 “오미크론 확산세가 뚜렷한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4개 지역에서 43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29일부터는 이러한 체계 전환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4개 지역에서는 고령층 등 고위험군 외에 검사 희망자는 선발진료소나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지정된 집 근처 병·의원에서 자가검사키트 또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에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검사·치료 체계 전환 첫날인 만큼 일부 지역에서는 다소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성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선별진료소에서는 일부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처음부터 PCR 검사를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여 결국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PCR 검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광주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선 1층 PCR 검사장에 수백 명이 줄을 선 것과 대조적으로 2층 신속항원검사장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보건소 측은 PCR 검사를 하러 온 주민 중 신속항원검사를 해도 되는 사람들을 선별해 2층으로 안내했다. 이 보건소에서는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자가검사키트가 2인용이어서 가족 외에 검사가 꺼려진다는 현장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에 보건소 측은 질병청에서 보내온 2인용 3000개를 쓰지 않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인용 키트로 검사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