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합병’ 유력…유럽·中노선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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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9일 전원회의 열고 최종심사… 내주중 ‘승인’ 결론

슬롯 일부 반납 등 독과점 해소
EU·美·日·中 추가허가 필요
EU 경쟁당국 심사 까다로워
美·日보다 노선조정 어려울듯

‘글로벌 10위권’ 목표 무산 등
당초 합병취지 퇴색 우려 커져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최종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두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축소를 전제로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과 중국 노선 조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애초 통합 취지가 퇴색되면서 합병 시너지 논란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9일 조성욱 위원장 주재로 전원회의를 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안건을 논의한다. 9명의 공정위원이 공정위 심사관과 대한항공 측 의견을 듣고 과반 찬성 방식으로 의결을 진행한다. 기존 공정위 방침대로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일부 반납하고 운수권 재배분 등을 통해 독과점을 해소하는 조건으로 승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최종 결과 발표는 통상 전원회의 결과가 일주일가량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수일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중국과 유럽 노선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자유화국가인 미국과 일본의 경우 운항 시 운수권이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노선 조정이 쉽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합병할 시 65개 국제선 노선이 중복되고 이 중 인천∼LA·뉴욕·시애틀·바르셀로나·장자제·프놈펜·팔라우·시드니, 부산∼나고야(名古屋)·칭다오(靑島)시 등 10개 노선에선 100% 독과점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슬롯반납·운수권 재분배 외에 운임 인상 제한, 공급·서비스 축소 금지 등을 통한 독과점 해소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있다.

공정위가 합병을 승인해도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존재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중국 등 4곳에서 추가로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까다로워지고 있는 EU 경쟁당국의 심사 추세를 고려할 때 EU가 한국 공정위보다 엄격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로 연기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기한도 재차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4개국과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승인방식 등의 차이로 지연돼 보일 뿐 해당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4개 경쟁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더라도 통합 항공사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 결정대로 두 항공사의 노선을 대폭 축소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와 경쟁하겠다는 합병 취지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 두 항공사 통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천공항의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선 축소로 몸집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라는 목표도 무산될 전망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