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서태지 ‘교실 이데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넷플릭스)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끝까지 보신 분, 보다가 멈춘 분, 앞으로 볼 예정이란 분, 아예 볼 생각이 없다는 분까지 모였으니 참가자 구성은 나름 다양했다. 교사, PD 등 두루 경험한 내가 질문을 많이 받았다. “도대체 연출가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드라마를 만든 걸까요.” 나는 졸지에 제작진의 변호인 신세가 됐다.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2003·MBC)로 존재감을 알렸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그 대사에 깔린 정서가 ‘지금 우리 학교는’에도 담겨 있을 거라고 발언하니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아픔을 꼭 그렇게 표현해야 하나요.” “그런 상황에 탁자 밑에 숨어서 피자를 먹는 교장이 어디 있답니까.” “학교가 전쟁터가 됐는데 구조대는 왜 이렇게 늦어요.” 고맙게도 누가 대신 답을 해준다. “그러니까 드라마죠.” 연출자는 매회 시작할 때마다 교실이 산산조각 나면서 지옥에 빠진 학생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유치환의 시 ‘깃발’ 중)을 보여준다. 예능의 시각으로 보면 학생들이 좀비로 변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일종의 퍼포먼스다. 실제로 드라마 촬영 전에 안무가가 학생들에게 좀비 춤(?)을 장시간 훈련시켰다고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철환 프로듀서·작가·노래채집가
“좀비가 왜 학교에 나와. 영화에 나와야지.” 그런데 좀비가 학교에 느닷없이 나타난 걸까. 아니다. 묵고 묵혔다가, 켜켜이 쌓였다가 드디어 나타난 거다. 좀비는 사람을 문다. 물리면 죽는다. 물고 물리는 이런 상황은 학교에도 있고 직장에도 있다. 교실이 위험할 때 교사의 역할이 있다. 학교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학생과 그를 말리려는 학생 사이의 대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 잡무가 많아 학생들에게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면 당신은 애당초 교직에 안 맞는다.
영화학교에 ‘악(Evil)의 연대기’가 있다면 음악학교엔 ‘악(Music)의 연대기’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가 ‘벽 속의 또 다른 벽돌’(Another Brick in the Wall)에서 ‘이런 교육은 필요 없어(We don’t need no education)／ 우리 생각을 조종당할 이유가 없지(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라고 한 주장을 한국에선 서태지가 무대에서 펼쳤다. ‘됐어(됐어) 이제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그걸로 족해(족해) 이젠 족해(족해)’.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불만은 다소라도 해소됐을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당시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돌리면 ‘피가 모자라’로 들린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왠지 억압받은 좀비들의 출현을 예측한 것 같아 섬뜩하다.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교실 이데아’ 중). 인생엔 배역이 있고 세상살이엔 상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작기 영상을 보면 배우들끼리 친해지는 과정에서 배역을 바꿔 리딩을 한 적도 있다는데, 예술고가 아니더라도 모든 학교에서 연극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다채로운 창작과 실습을 해보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우리의 포괄적 관심은 지금과 아울러 미래의 학교다. 학교에서 인생의 리허설 혹은 워크숍을 많이 해봄으로써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면 좀비는 다시 숨을 곳을 찾지 않을까.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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