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경찰 이끄는 김창룡 청장 휘하 ‘치안정감 7인7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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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클래스

- ‘수사통’ vs ‘정보통’… 내부결속·민심소통 ‘하이브리드 리더십’이 관건

경찰청장 2년 임기 7월 만료
차기수장 후보군에 시선 쏠려

남구준, 민생현안 수사서 성과
이규문, 특유의 친화력이 강점
진교훈, 온화·치밀 외유내강형
최관호, 보안·감사 다양한 경험

유진규, 대표적인 ‘홍보기획통’
이철구, 형사로 활약한 멀티맨
최승렬, 수사국장 등 요직 거쳐

‘첩보를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대장동 사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 처리, 층간소음 흉기 난동 도주, 신변보호 여성 스마트워치 출동 오류 등등….’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사건이 최근 잇따르면서 14만 경찰을 지휘하는 현재와 미래의 리더십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1차 수사종결권을 손에 쥐었지만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잇따랐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부러진 지팡이’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원만하고 모난 데 없다는 내부평가를 받고 있지만 임기가 오는 7월 만료되고 대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치안총수는 누가 될지 벌써부터 시선이 쏠린다. 퍼즐은 완성된 상태다.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으로는 통상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중 1명이 지명되는데,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 고위직 승진 인사가 단행되면서 7인의 치안정감이 후보군에 올랐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김용인 회장은 21일 “안으로 조직의 결속을 다지고 밖으로 민심을 붙잡는 하이브리드 리더십이 차기 청장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남구준(55·경찰대 5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과 이규문(58·경찰대 4기) 부산경찰청장, 진교훈(55·경찰대 5기) 경찰청 차장, 최관호(56·간부후보생 39기) 서울경찰청장이 7인의 후보 중에서도 ‘빅4’로 꼽힌다.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는 속설은 경찰 인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유진규(57·경찰대 5기) 인천경찰청장과 이철구(57·경찰대 4기) 경찰대학장, 최승렬(59·간부후보생 40기) 경기남부경찰청장 등 3인의 치안정감 역시 낙점을 받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역량을 갖췄다.

◇영남 수사통 vs 호남 정보·기획통 빅4 경쟁 = 빅4 간 경쟁은 영남 출신 수사통과 호남 출신 정보·기획통의 구도로 요약된다. 경남 진주 출신인 남구준 본부장은 경찰대 5기로 경력의 대부분을 수사 분야에서 보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사이버안전국장, 경남경찰청장을 거쳐 지난해 초대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장으로 임명됐다. 남 본부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균형감이다. 임기 첫해 부동산투기 의혹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내외부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도 수사경찰을 총괄하는 동시에 전화금융사기 등 민생 현안 수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수사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자 취임 직후 한 차례를 제외하곤 김 청장과의 사적인 식사 자리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국수본 고위 관계자들은 남 본부장에 대해 “수줍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중심을 잡는 뚝심과 강단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수본부장의 치안총감 진급이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청장 직행 시 2년 임기 중 장악한 수사권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떨쳐내야 한다.

화통·솔직한 성격인 이규문 부산청장도 대표적인 수사통이다. 34년간의 경찰 생활 중 16년을 직접수사 부서에서 근무했다. 강호순 사건과 정인이 사건 등 전 국민적 관심이 촉발된 강력사건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경북 고령 출신으로 대전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 서울청 수사차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부산청장으로 부임했다. ‘이따거(대형)’의 면모 속에서 가끔 걸쭉한 욕설도 내뱉을 수 있는 친화력으로 따르는 후배가 많다. 일을 맡기면 끝까지 믿는 스타일이다. 이 청장은 경찰대 4기로 김 청장, 민갑룡 전 청장과 동기다. 그가 차기 치안총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3연속 경찰대 4기 출신’이라는 인사 적체의 벽을 돌파해야 한다.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조직 내에서 손꼽히는 정보통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협의조정팀장,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차장에 부임했다. 유머를 겸비한 온화한 성품이지만, 치밀한 성격의 외유내강형 경찰관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업무 추진력도 강하다. 경찰관련 각종 입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국회와의 소통능력도 탁월하다.

특히 직무수행 중 발생한 피해에 대한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경찰관 직무직행법’ 개정에 일조해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경찰의 숙원을 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보 경찰 축소·폐지’에 대한 여론이 여야 구분 없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정보 경찰 출신이라는 사실은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최관호 서울청장은 빅4 중 유일하게 비경찰대 출신이다. 조직 내 기획통으로 손꼽히는 그는 전남 곡성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39기 간부후보생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경정 시절 경찰청 기획 업무를 담당한 뒤 경찰청 경무과장(총경),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경무관),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광주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이상 치안감)으로 일했고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최 청장은 수도 서울의 치안 총책임자라는 점에서 강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분류된다. 기획 업무가 꼼꼼한 성격을 요구하는 만큼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안·감사 등 정책부서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아 ‘운용의 묘’를 지닌 것도 강점이다. 특히 민 청장, 김 청장 모두 경찰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경찰대 출신인 최 청장이 유리하다”는 관측도 조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만기친람의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이 직원들 볼멘소리의 근원이기도 하다.

◇유진규 ‘소통’, 이철구 ‘업무’, 최승렬 ‘인품’ = 유진규 인천청장은 조직 내 대표적인 홍보기획통이다. 부산 출신으로 남 본부장, 진 차장과 동기인 그는 강원 횡성경찰서장, 강원경찰청 홍보담당관, 서울청 국회경비대장, 서울청 홍보담당관, 서울 관악경찰서장, 경찰청 홍보담당관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교통국장과 울산경찰청장을 지내는 등 수사·정보·경비·교통 업무를 두루 거쳤다. 뛰어난 소통력에 언론과 사이가 좋고, 인적네트워크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큰 방향을 제시하면 세부 업무는 아래에 맡기는 스타일이다. 이 청장과 유사한 형님 포스도 갖추고 있다. 김 청장과 남 본부장과 같은 부산·경남(PK) 출신이라는 점은 지역 안배상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충남 서천 출신인 이철구 경찰대학장은 오랜 기간 형사로 활약했다. 경찰대를 졸업한 뒤 1988년 제복을 입은 그는 대전 지역 일선 경찰서 형사팀·과장, 대전청 강력팀장을 거쳤다. 충남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경비국장 등 여러 분야에서 근무한 ‘멀티플레이어’로 업무장악력이 탁월하다.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경찰대학장으로 임명된 그는 부속기관인 치안정책연구소를 중심으로 경찰 행정 및 현장 역량 강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대 4기라는 사실은 발탁 시 인사 적체를 불러온다는 약점이 있다.

빅4가 아닌 3인방 중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최승렬 경기남부청장이다. 한 측근은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최 청장 같은 인품을 소유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스마트하면서도 모든 일을 직접 챙길 정도로 부지런하지만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인 최 청장은 1992년 간부후보생 40기로 경찰에 입직했으며 강원청 수사과장, 속초경찰서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경찰청 수사과장, 경북경찰청 제2부장, 경찰청 수사심의관과 수사국장 등을 지낸 조직 내 톱 수사통 중 1명이다. 지난해 갓 출범한 국수본의 본부장 대행을 맡아 공백을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굵직한 권력형 수사가 경기남부청에 집중되면서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여론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1963년생인 최 청장은 올해 59세로 내년 정년퇴임이 치안총감 진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