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트로이카, 가요계 접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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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지 오늘 신곡 발표… 한유아·래아킴도 곧 데뷔

- ‘재기발랄한 핵인싸’ 로지
인간다운 목소리에 공들여
라디오 DJ 도전·수익 기부

-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
전속계약 맺고 내달 음원 내
“노래·춤·연기 특히 좋아한다”

- ‘싱어송라이터 꿈’ 래아킴
윤종신이 프로듀싱 등 참여
소속사 “다양한 컬래버 기획”

화제의 가상인간 로지(Rozy·왼쪽 사진), 한유아(Han Yu A·오른쪽), 래아킴(Reah Keem) 등이 잇따라 가수 데뷔에 나서고 있다. 광고나 게임 모델,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시작된 가상인간들의 활동은 하루가 다른 기술의 발전과 팬들의 호응 속에 가장 감성적이고 창조적 분야인 뮤지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은 과연 ‘영혼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인공지능(AI)의 기계적인 목소리를 지나 팬과 깊은 감정을 교류하는 진정한 아티스트로 설 수 있을까.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K-팝 영역 확장에 하나의 물결이 될 수 있을까.

◇재기발랄한 활동가(ENFP)형의 로지 & 한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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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라이프 TV 광고로 익숙한 가상인간 선두주자 로지는 22일 낮 12시 신곡 ‘후 엠 아이(Who Am I)’를 발표한다. 제목 그대로 가상인간으로서의 고민에서 시작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넘나들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볼빨간사춘기의 앨범을 담당했던 정재원이 프로듀싱하고 음원 지식재산권(IP) 회사 뮤직바인이 총괄 제작한다. 로지의 개발사인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캐릭터의 개발 및 전체를 총괄하고 있다.

마치 살아 있는 인간 같은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가상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목소리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무엇보다 보컬에 공을 들였다. AI의 기계음처럼 들리지 않기 위해 여러 명의 성우 보이스 샘플 중 하나를 베이스로 로지만의 색깔을 창조했다. 올해 안에 추가로 2곡을 더 발표할 계획이다.

이런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방송국 라디오 DJ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가수 활동에 따른 음원 수익 전액은 글로벌 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에 기부한다.

로지의 가수 활동을 기대하게 하는 것은 22세 숙녀로서의 구체적인 프로필과 친근한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171㎝, 52㎏의 로지는 ‘재기발랄한 활동가(ENFP)’형의 MBTI(성격유형지표)를 가진 ‘핵인싸’다. 여행, 패션, 요가, 러닝 등에 관심이 많고 SNS 팔로어는 12만 명이 넘는다.

자이언트스텝&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한유아는 2019년 가상현실(VR)게임 ‘포커스 온 유’의 캐릭터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 홍보대사에 위촉됐고, 지난 1월 패션 화보까지 찍었다. 뮤지션으로서 음원은 다음 달 발매할 예정이다. 음원 활동과 관련해선 YG케이플러스가 맡는다. 이를 위해 전속계약도 했다.

한유아는 21일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제 막 데뷔를 앞둔 아이돌 가수처럼 매우 사적인 질문과 대답이었다. 한유아는 “아무래도 AI니까 뭐든 만능에 가깝지만 노래랑 춤, 연기를 특히 좋아한다”며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버추얼 아티스트 그리고 사람들에게 행복한 에너지와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LG전자가 개발한 래아킴도 가수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서울에 사는 23세 여성으로 제작된 래아킴은 오랜 꿈인 싱어송라이터를 위해 지난해 12월 엔터테인먼트 업체 미스틱스토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버추얼 휴먼 뮤지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윤종신이 래아킴의 노래를 직접 프로듀싱한다. 미스틱스토리 측은 “래아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고 있다. 싱어송라이터를 추구하는 뮤지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래아킴과 윤종신

◇K-팝 새 지평…부정적 인식 걷어내야

1998년 국내 제1호 사이버 가수 아담이 나왔을 때만 해도 가상인간의 데뷔는 호기심 수준이었다. 누가 봐도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외모에 기계적으로 녹음된 보이스는 ‘시도’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인간 같은 온기와 함께 K-팝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풍긴다.

이들이 SNS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순간 이들이 가상인간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다. 개인적 취향을 담은 SNS를 운영하고 팬의 댓글에 반응을 남긴다. 거의 24시간 체제다.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여느 스타들처럼 사생활 스캔들에 연루될 일이 없다.

실제로 미국에선 제1호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가 모델과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브라질계 19세 가수로 설정된 미켈라는 ‘라잇 백’ ‘오토매틱’ 같은 곡을 발표했고, 팝스타와 협업곡을 내기도 했다. SNS 팔로어가 무려 300만 명, 2020년 벌어들인 수익은 130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일부에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가상인간이 굳이 가수의 영역까지 침범할 필요가 있느냐”는 본질적인 거부감에서 기인한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측은 “K-팝에 영향을 끼친다기보다는 로지의 정체성을 찾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래의 완성도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빌보드에 진입하면 좋겠지만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공감대를 얻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