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노린 ‘침소봉대 흑색선전’도 허용한 코드 선관위

선거관리위원회는 1960년 3·15 부정선거와 4·19 민주혁명 이후 다시는 그런 선거 부정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그 구성부터 결정까지 편파성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급기야 대선을 앞두고 야권 일각에서 부정선거 감시단을 만들거나 사전선거 반대 운동에 나서는 반발까지 빚어지고 있다. 선관위의 친정권 코드 행태를 보면 기우(杞憂)만은 아니다.

대선을 열흘 남짓 앞두고 중앙선관위는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무당도 모자라 신천지가 웬 말이냐’ 등의 문구를 현수막·피켓에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이름이 적힌 연등이 그런 무속 행사에 있었다는 것을 빌미로 한 여권 측 주장들인데, 선관위가 공인해 준 셈이 됐다.

선관위의 이런 결정은 사소한 현상을 침소봉대해 본질을 뒤엎는 식의 흑색선전을 해도 괜찮다는 면죄부가 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선, 해당 무속 행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 명의의 연등도 발견됐다고 한다. 윤 후보 부부는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연등을 내걸었다며 직접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마치 윤 후보 연등만 있었던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허위인데, 선관위는 괜찮다고 한다. 게다가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청와대가 굿당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 선동이다.

더 황당한 것은, 후보를 특정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런 표현이 누구를 노리는지 누구나 아는데, 특정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궤변이다. 사실에 근거한 주장과 비방을 목적으로 한 선동은 구분해야 한다. ‘내로남불’ 표현은 여권 인사들도 쓰고 국제적으로 공인됐을 정도다. 이것과 ‘청와대 굿당’을 동렬에 놓는 것부터 교묘한 편파적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