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 말랐는데…‘금강보행교’가 무슨 소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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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3년6개월만에 어제 개통
지역 랜드마크로 건립 했지만
수량 줄고 주변 환경은 ‘황량’

4대강사업 백지화로 무용지물
세종보 기능 회복 목소리 커져
주민 “즉시 보 막아 물 채워야”

세종=김창희 기자

메마른 금강 위에 1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건설한 세종시 금강보행교가 24일 개통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백지화 정책으로 무용지물이 된 세종보 등의 기능회복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건설청이 지난 2018년 7월 착공한 1446m 길이의 금강보행교가 3년 6개월간의 공사를 끝내고 전날 오후 6시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1116억 원이 투입된 이 다리는 세종시 금강의 북측 중앙공원, 국립수목원과 남측 세종시청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의 보행 전용교다. 2층 동그라미 모양의 독특한 교량 디자인이 특징으로, 세종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자 관광 명소로 만들자는 목표로 건설됐다. 다리 1층(폭 7m)은 자전거 전용, 2층(12m)은 걷기 전용이다. 낙하분수, 야간 레이저 경관 시설, 어린이 물놀이 시설, 익스트림 경기장 등 다양한 시설도 교량 주변에 설치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보행교와 달리 주변 금강은 수량이 적어 황량한 모습이다. 강 복판을 제외한 하상 대부분이 자갈, 모래투성이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사진)을 연출하고 있다.

보행교 하류 5㎞ 지점에 있는 금강 세종보 수문을 문 정부가 2018년 2월부터 5년째 전면 개방하면서 갈수기 때 금강의 건천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완전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키로 결정했다. 다만 해체 시기를 정하지 않아 현재 시설은 유지되고 있다.

보행교 개통을 계기로 다리 주변 경관 훼손 문제가 대두되면서 세종보·공주보 해체를 전면 백지화하고 즉시 보 수문을 닫아 금강 수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 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에서는 “다리 경관은 좋은데 수량이 없어 아쉽다. 세종보를 막아 금강 물이 채워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웃 충남 공주시 분위기도 비슷하다. 오희숙 공주시의원은 최근 본회의에서 “시민 74%가 금강 공주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제는 공주보 활용 정책을 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이웃 공주시를 찾아 공주보 존치를 공약한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정부의 보 해체 결정에 대해 “어림 턱도 없는 소리”라며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4대강 보 사업을 아주 폄훼하면서 부수고 있다. 이것을 잘 지켜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시민들이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