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서 딱지치고 줄넘기… 동네 역사까지 배우니 더 신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6일 부산 동구 일대에서 아동·청소년 여가 놀이 지원사업 골목탐험대에 참여한 아동들이 인솔 교사와 함께 지역 골목길을 탐방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산기슭이라 놀 공간 드문 곳
‘골목탐험대’프로그램 진행
아이들이 직접 놀이터 설계

평소 안가본 구석구석 탐방
‘나만의 골목지도’도 만들어

“우리가 직접 동네 골목길을 꾸미면서 생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커요.”(초등학생 이연주(11) 양)

“최근 이사 온 동네에서 골목탐험대를 하면서 새 친구들을 사귀고 지역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아요.”(초등학생 김민주(11) 군)

부산 동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난해 진행한 아동·청소년 여가 놀이 지원사업 골목탐험대에 참가했던 두 어린이는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30일 복지관 측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놀이 공간이 부족한 지역 사회에서 아동의 놀 권리 보장·확산과 아동 친화적 골목재생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아동이 놀이 주체자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놀이 공간을 만드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당시 아동 15명 모집을 목표로 했으나, 생각보다 참여 열기가 높아 22명이 최종적으로 활동에 참여해 아동 친화적 골목을 조성하는 데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골목탐험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직접 골목 놀이터 설계안을 보고 분필을 이용해 벽과 바닥에 원하는 놀이 공간을 제안·재해석하는 활동을 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일부 아동이 설계안에 그려져 있지도 않은 컬링 놀이나 윷놀이의 윷판을 응용한 형태의 놀이를 제시해 깜짝 놀랐다”며 “참가자 중 약 60%의 아동이 공간을 계속 이동하며 여러 놀이를 진행하는 등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아동들은 아울러 동네의 탄생 배경과 변천사, 발전 양상 등에 대해 학습하며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는 시간도 가졌다. 동네에 있는 다양한 골목길에 대해 취재하고 각자 주로 애용하거나 피하는 동선 등을 표시한 나만의 골목지도를 만들어 서로 공유했다. 비록 화려한 놀이 시설이 마련돼 있지는 않았지만, 또래 친구끼리 삼삼오오 어울리며 적극적으로 놀이 활동을 수행했다. 주로 비눗방울 놀이와 딱지치기, 사방치기, 줄넘기, 나무 뛰기 등을 자유롭게 즐겼다고 복지관 측은 설명했다.

놀이에 참여했던 지역 아동 강태혁(8) 군은 “친구들, 동네 형들과 함께 우리 동네 곳곳을 탐방하게 돼 너무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 강지이(41) 씨는 “아이가 골목탐험대 활동을 하며 도시 재생에 대해 자기 의견을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책이 아닌 몸소 하는 체험을 통해 많은 걸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대견했다”고 말했다. 박호진(39) 씨는 “나조차 동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아이와 다시 골목 곳곳을 구경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면서 큰 친근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20년 제1기 골목탐험대 활동을 통해 황량했던 골목길이 아동 친화적인 놀이 공간으로 변신한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이번 프로그램이 진행된 부산 동구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아동·청소년을 위한 인프라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주거지 대부분이 산기슭 등 고지대에 형성돼 있다 보니 평지·공터를 쉽게 찾을 수 없고, 최근 대도시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즈카페나 육아종합지원센터 등마저 전혀 볼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인구 수 8만7595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전국 평균(16.9%)을 훨씬 웃도는 약 26.4%(2만3196명)에 이르는 상황 속에서 자연히 아동 놀이권이 배제돼 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부산 거주 아동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가와 놀 권리 인식 및 실태조사에 의하면, ‘놀이환경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 항목에서 동구가 5점 기준 3.6점으로 부산 16개 구군 중 최하위에 그쳤다.

복지관 측은 이 같은 부정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20년부터 △지역 사회의 놀이 문화 확산 기여 △골목 지형을 이용한 놀이 개발 및 골목 재생 유도 △마을 아동들의 골목 체험 및 친밀감 확대 등과 관련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골목 놀이터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협력을 이끌어 내는 일에도 주력해 왔다. 노지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지역 아동들이 직접 편히 놀 수 있는 골목을 찾고, 실제로 놀아 보고, 정책으로 제안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동 친화적 환경을 구축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 골목놀이터가 지역 놀이문화 확산을 위한 발판으로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아동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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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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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