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죽하면 공정위가 건설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공정위는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전국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발송했다.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방해) 혐의다. 공정위는 건설노조 산하 지부·지회에 대해 건설사 채용 강요 행위 20건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그러잖아도 전국의 건설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노조가 난립하면서 공사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 나온 지 오래다.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건설업계 노조만 36곳에 이른다. 이들은 건설사에 자기 노조 소속 건설기계만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온갖 수법을 동원해 작업을 방해한다. 작업 중인 노동자를 해고한 후 자기 편 노조원을 채용하라는 압박도 서슴지 않는다. 일감을 따내기 어려운 하청 사업자가 노조의 이름으로 사업자단체 행위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노총의 무소불위 행패가 더 심각해지면서 이런 현상도 급속히 악화했다. 경찰은 보고도 방관하다시피 한다.

이번 조사의 쟁점은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볼 수 있느냐다. 민노총은 사업자 아닌 노동자 단체라며 반발한다. 노조는 사업장 안에서의 노동 조건 문제에 대해 대등한 협상을 통해 풀어감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하지만 건설노조들은 노조 탈을 쓴 채 사업자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합당한 역할과 범주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법 적용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