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철쭉·유채꽃… ‘형형색색’ 꽃폭죽 계속된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2-04-14 10:18
기자 정보
박경일
박경일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나주 세지면 배밭에 가득 피어난 배꽃. 지난해 봄, 만개했을 때 사진이다.


■ 가볼만한 전국 봄꽃 여행지

- 전북 고창
철쭉의 선명한 붉은 색감 아찔
선운사 동백꽃의 처연함 ‘감동’

- 강원 태백 분주령
제비꽃·노루삼 등 ‘야생화 寶庫’
자생하는 풀꽃만 900여종 달해

- 전남 나주
너른 들·야산에도 배꽃 흰 물결
영산강 주변엔 노란 유채꽃세상

- 전북 진안
마을 산자락에는 꽃잔디 동산
색색의 양탄자 깔아 놓은 듯


매화도 산수유도, 벚꽃도 분분히 져가고 있지만, 봄꽃의 행진은 아직 한참 더 남았다. 벚꽃이 지면 복사꽃이 피고, 철쭉이며 배꽃·사과꽃이 릴레이를 하듯 바통을 이어받는다. 강원의 산중에서는 이제야 야생화들이 기지개를 켜고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보리밭에는 하루하루 초록의 기운이 더해지고, 봄의 훈풍은 강원 산간의 깊은 골짜기까지 스며들고 있다. 만춘 봄날의 화려함을 만끽할 수 있는 전국의 봄꽃 여행지를 골라봤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 성벽을 따라 붉은 철쭉이 피었다.


# 보리밭과 동백, 그리고 철쭉…전북 고창

전북 고창의 봄은 화려하다. 학원농장의 보리밭에다 선운사의 동백, 그리고 뒤이어 고창읍성의 철쭉까지 더해지니 고창의 봄은 눈 돌리는 곳마다 화려한 꽃으로 그득하다. 무장면 학원농장 청보리밭은 이삭이 패기 전까지는 진초록의 들판이었다가 5월 중순을 넘기면 보리가 누렇게 익어간다. 초록의 보리밭도 좋지만, 보리가 누렇게 익는 만춘(滿春)의 정취도 못지않다.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해 이른 아침에 보리밭길 사이를 느긋하게 걷노라면 저절로 사색에 잠기게 된다.

고창 선운사의 동백은 요즘 한창이다. 선운사 동백은 겨울이 아니라 봄에 피니 ‘춘백(春栢)’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천년 사찰의 배경으로 모가지째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꽃의 처연함은 선운사의 보물과 다름없다.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의 절창은 선운사에서 만나는 동백을 더 감명 깊게 한다. 선운사 경내의 동백을 보고 나서 도솔암까지의 호젓한 산책을 권한다. 도솔암에 오르면 선운산의 기암절벽을 올려다볼 수 있다. 고창까지 간 길이라면 고창읍성의 철쭉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창읍성의 동쪽 치성에 올라 보면 성곽을 따라 붉은 철쭉꽃이 산허리를 휘감아 돈다. 철쭉의 선명한 붉은 색감이 아찔하다.


# 야생화 천국…강원 태백 분주령

강원 태백의 분주령은 흔히 ‘천상화원’으로 불리는 야생화의 보고다. 5월이면 일부러 가꾼 꽃밭보다 더 화려하게 자라난 야생화들이 숲속을 물들이는 곳이다. 분주령은 높은 고갯길이지만 트레킹을 시작하는 곳이 차가 닿는 거의 정상 부근이니 내내 편안한 내리막을 걷게 된다. 두문동재터널 위의 옛길 정상이 트레킹의 출발지점이다. 여기서 금대봉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트레킹 코스는 6.6㎞ 남짓. 그 길에는 제비꽃, 노루삼, 현호색, 얼레지, 양지꽃, 피나물, 노랑무늬붓꽃 등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금대봉과 분주령에 자생하는 풀꽃은 900여 종에 달한다는데, 맨몸으로 가기보다는 식물도감을 한 권쯤 챙겨 사진과 비교해 가며 꽃 이름을 부르면서 걷는 게 훨씬 더 즐겁다. 분주령 일대는 자연 생태계 보존 지역이어서 사전에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금대봉∼대덕산 구간 탐방예약을 신청해야 한다. 오는 20일부터 출입이 허용된다. 분주령을 지나 계곡길로 내려서면 검룡소로 가는 길이 있다. 빽빽이 들어선 침엽수림 사이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 울창한 숲속, 푸른 이끼가 가득한 바위 웅덩이에서 하루 2000t의 물이 샘솟는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나주의 영산포 습지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


# 배꽃으로 그득하다…전남 나주

4월 중순을 넘어가면 전남 나주는 배꽃 천지가 된다. 길가의 너른 들에도, 야산의 구릉에도 온통 배꽃이다. 나주의 배밭은 모두 가지를 잡아 휘어서 터널을 만들어 기른다. 그 터널 위로 꽃들이 마치 구름처럼 피어난다.

배꽃은 매화나 벚꽃에 조금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매화나 벚꽃을 구경하려면 밀려드는 인파와 북적거리는 차량들로 번잡스럽기 그지없지만, 나주의 배꽃은 조용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주의 배밭은 무려 3000㏊(900만 평)에 달하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는 도처마다 배꽃의 흰 물결이니, 어느 한곳에 사람 몰릴 일이 없는 게 당연하겠다. 나주에서 배밭이 가장 넓게 펼쳐지기로는 금천면 일대가 꼽힌다. 금천면 소재지에서 나주시청을 지나 23번 국도를 따라 세지면 소재지 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배꽃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 길에 오르면 따로 꽃구경이라 할 것도 없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배꽃 그득한 들판이 펼쳐진다. 나주의 금천면 일대가 배꽃으로 그득하다면, 나주 영산강 변에는 이즈음부터 늦은 봄까지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이른 아침에 강변에서는 습지의 유채꽃밭 주위에 물안개가 피어나는 근사한 모습도 만날 수 있다.


# 꽃잔디 흐드러지다…전북 진안

전북 진안읍에서 화순으로 이어지는 26번 국도변의 원연장 마을 산자락에는 꽃잔디 동산이 있다. 해마다 4∼5월이면 축구장 24개를 합친 면적(약 16만㎡)이 온통 꽃잔디로 뒤덮이는 곳이다. 색색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보라색과 붉은색, 흰색의 꽃이 한데 뒤섞여 피어난다. 개화가 짧은 다른 봄꽃들과는 달리 꽃잔디는 꽃이 한 달 넘게 가니 봄이 더 깊은 뒤에 찾아가도 좋다.

원연장 마을의 꽃잔디에는 사연이 있다. 일제강점기이던 1932년 가난한 마을의 청년 10명이 뜻을 모아 ‘근검절약단’을 구성했는데, 이들이 1원씩 낸 돈을 자본금으로 삼아 공동으로 돈을 빌려주고, 땅을 사고, 뼈가 부서지도록 농사를 지어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때의 청년들이 세상을 떠난 뒤, 지금도 후손들은 선친들이 공동으로 매입한 논에서 난 쌀을 나눠 먹고, 그때 조성했던 기금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