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극심한 열패감속 ‘불공정’ 체감도 높아져

■ Z세대 20%“노력해도 성공못해”

美·日 등 보다 높은 수준 기록
‘타인 신뢰 못해’ 답변도 54.4%

한국 청년들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8년 사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은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더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다른 국가들 조사에선 부정적 인식 비율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대 화두가 됐던 공정성 논란과 취업 불안 속에 청년들의 ‘열패감’이 극심해졌고 타인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지표여서 제도 개선 등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 가운데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차 조사(1990∼1994년) 때 8.4%였으나 7차 조사(2016∼2020년)에선 20.8%로 크게 늘었다. 국제조사기관인 ‘월드 밸류 서베이’가 1990년 수행한 해당 2차 조사에선 7차 조사(16∼24세)와 달리 29세 이하가 청년으로 분류됐다. 청년의 기준 연령대가 두 조사 사이 달라지긴 했으나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 인식은 28년 사이 3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전체 조사 국가 청년층의 평균 답변율이 2차 때 16.0%에서 7차 때 14.7%로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이는 미국, 일본, 멕시코 등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전체 연령대로 봐도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는 추세다.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명제에 대한 전 연령대 답변율은 2차 조사 때 9.5%였으나 7차 조사에서 14.1%로 높아졌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약화됐다. 연구원이 매년 시행하는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013년 71.4%에서 2020년 44.9%로 26.5%포인트나 줄었다. 2020년 조사에서 19∼29세 청년층만 따져 볼 때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대답이 54.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정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분열도 극심해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국민적 믿음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