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5명 중 1명 “노력해도 성공 못해”…‘86세대’의 2.5배

관련 조사에서 “성공 못한다” 응답 미·중·일보다 비중 높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월드 밸류 서베이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청년층 5명 중 1명은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며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응답 비율은 지난 1990년 같은 내용의 조사 때보다 2.5배나 높았다. 지금의 청년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느끼는 좌절감이 1990년대 초반 ‘86세대’가 청년일 때 느꼈던 것보다 훨씬 큰 셈이다.

28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사회전환을 위한 과제 연구’(연구책임자 박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조사기관 ‘월드 밸류 서베이’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 한국의 16~24세 청년 중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8%였다. 전 세계 120개국의 연구 기관들이 참여하는 월드 밸류 서베이는 1990년부터 5년 간격으로 각 나라의 가치관을 조사해 발표하는데, 한국의 경우 가장 최근 진행된 7차 조사는 2018년 12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한국 청년들의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은 과거 2차 조사(1990~1994년) 당시에는 8.4%였다. 2차 조사는 1990년에 진행됐는데, 이번 7차 조사와 달리 29세 이하가 청년으로 분류됐다. 두 조사가 청년의 기준 연령대를 다르게 잡긴 했지만,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인 인식이 28년 사이에 2.48배나 높아진 셈이다. 이는 전체 조사 국가 청년층의 평균 답변율이 2차 때 16%에서 7차 때 14.7%로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응답을 한 한국 청년들의 비율은 미국, 일본, 멕시코, 스웨덴 등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차 조사 때 35% 수준이었던 부정적 응답 비율이 7차 조사 때는 10%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한국의 경우 전체 연령대로 봐도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은 2차 조사 때 9.5%였던 것이 7차 조사에서 14.1%로 높아졌다. 청년층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지만, 전체 연령대에서도 상승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이와 관련,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긴 하지만 신뢰의 문제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국민적 믿음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