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실 코앞 시위 허용’ 황당 결정과 악습 是正 과제

대통령 집무실 주변 100m 이내에서도 집회·시위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한 장소에 머무는 것은 금지하고 1회에 한해 1시간30분 이내에 신속 행진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 행진을 허용했다. 이번 법원 결정의 근거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집회 금지 구역인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집인데,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법률의 통상적 취지’를 벗어난 황당한 판단이다. 집시법 제11조는 옥외시위와 집회의 금지 장소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를 총론으로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헌법재판소, 대통령관저 등을 적시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따로 언급하지 않은 건,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청와대라는 통칭으로 불렸기 때문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면서 행정부 수반, 군통수권자 지위를 함께 갖는다. 대통령 ‘청사’인 집무실은 국회와 각급 법원보다 훨씬 중요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까지도 몰각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이없다.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투명한 국정을 펼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회·시위 등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이런 전반적 상황을 종합해 시위 악습은 시정(是正)하면서 합리적 표현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상급심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