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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Window 게재 일자 : 2022년 05월 17일(火)
낙태권 뒤집히면 동성혼·피임 판결도 영향…美 중간선거 최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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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낙태권을 지지하는 시위자들이 임신중절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는 연방대법원의 의견서 초안이 공개된 데 반발해 지난 14일 워싱턴DC 내셔널 몰에서 대법원까지 행진하며 패널을 들어 보이고 있다. NBC 뉴스 캡처


■ Global Window

美 ‘낙태권 번복’ 연방대법원 의견서 초안 유출 파장

美사회 贊·反 목소리 대혼란
보수 · 진보간 진영대립 번져

판결 뒤집기 반대 우세지만
4년새 71% → 63%로 변화
美 정치 여전히 뜨거운 감자


“낙태할 권리? 내 사생활입니다!”

임신 6개월 전에는 여성이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도록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는다는 미 연방대법원 의견서 초안이 지난 2일 유출된 이후 미국 사회가 대혼란에 빠졌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수만여 명은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연방대법원이 있는 워싱턴DC 거리에서 행진에 나섰고, 정치권 역시 찬반으로 나뉘어 분열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논란이 장기화하자 사안이 동성혼·피임·시위할 권리까지 일파만파 범위를 넓혀 확산하는 모양새다. 진영 간 대립이 명확한 만큼 미 정치권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는 “정치적·종교적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이란 사회를 지탱해온 ‘개인주의’와 ‘사생활 보호’라는 삶의 방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 대 웨이드’로 사라진 ‘철제 옷걸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69년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노마 매코비가 제기한 위헌 소송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라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된 매코비가 자신이 거주하던 텍사스주에서 법률로써 임신중절을 금하자 소송을 한 것. 당시 매코비는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제인 로’라는 가명을 썼고, 텍사스주에서는 댈러스 카운티 지방검사였던 헨리 웨이드가 사건을 맡게 되며 ‘로 대 웨이드’로 불리게 됐다. 수년 후 사건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관들은 7 대 2로 낙태 금지 조항은 “위헌”이라고 했다.

판결의 핵심은 여성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 ‘사생활’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매코비의 낙태할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시된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제14조 1항은 ‘어떠한 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어떠한 사람으로부터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헌법에 직접 명시되지 않은 낙태 금지법이 시행돼서는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유전적 질병 등으로 아이를 낳을 경우 아이 또는 자신에게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어 낙태를 선택해야만 하는 여성들은 “선택의 권리가 생겼다”고 외쳤다. 이 판결 전에는 약물을 통한 불법 임신중절이나 철제 옷걸이와 같은 자가 낙태가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낙태’에서 동성혼·피임까지 판례 다 뒤집히나 = 전문가들은 사생활과 개인의 자율성을 인정해준 이 판결이 뒤집힐 경우 동성혼과 동성애를 합법화해 준 판례들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성 결혼 합법화의 초석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 ‘로런스 대 텍사스’(2003년) 판결과 동성 결혼 합법화를 선언한 ‘오버거펠 대 호지스’(2015년) 판결 등이 모두 이 수정헌법 제14조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피임할 권리’와 ‘다른 인종끼리의 결혼’도 위기에 처했다. 웬디 파멧 노스이스턴대 공중보건법 교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의견서 초안이 결국 대법원의 의견이 된다면, ‘그리스월드’ 역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밝혔다.

그리스월드란 1965년 피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 준 ‘그리스월드 대 코네티컷’ 판결을 지칭하는 말로, 이 역시 헌법상 자기결정권으로서의 사생활 권리를 인정해준 판례로 잘 알려져 있다. 가디언은 “흑인과 백인 간 결혼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러빙 대 버지니아’도 제14조와 관련됐다”고 했다.

◇핵심은 ‘선택할 권리’에 대한 해석, 판결 뒤집혀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 외신들은 “초점은 ‘낙태’가 아닌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이 무기를 소장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낙태 역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란 설명이다.

지난 14일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등에 모인 수만 명의 낙태권 지지 시위자들 역시 “내 몸, 내 선택”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낙태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법원에서 벗어나 대법관들의 자택 앞으로 향했다. “나의 사생활을 침해했듯, 당신도 사생활을 침해당해 보라”는 것이다.

NBC가 지난 5~7일, 9~10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 시민의 10명 중 6명은 ‘낙태권’ 보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낙태는 항상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37%, 대부분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답변이 23%였다.

하지만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뒤집혀서는 안 된다’고 답한 이들의 비중은 2018년 7월 71%에서 63%로 4년 만에 8%포인트 줄어 있었다. 입장을 정하지 못한 이들의 비중도 7%나 되는 만큼, 여전히 미국 사회 내 ‘뜨거운 감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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