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절 받은 선생님의 응원엽서… 이젠 내가 제자들에게 용기를 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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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감사편지’란 - 박화진 대구 달성고등학교 교사

가장 힘들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받았던 담임 선생님의 편지를 잊을 수가 없다. 내 아픈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수능 전날 응원의 엽서를 건네주셨다. 마음이 담긴 진심 어린 응원에 시험을 앞두고 얼어붙었던 가슴이 녹아내렸다.

아버지의 채무 문제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어려웠던 고3 시절. 남들은 공부만 해도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공부를 우선순위에 둘 수 없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그로 인한 외로움과 싸우며 홀로 생계를 짊어지신 엄마를 위로하며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고3이라는 중압감이 주는 냉랭한 반 분위기 속에서 누구에게도 힘든 것을 티 낼 수 없어 저녁 시간에 세수하는 척 홀로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처음으로 남에게 가난과 아버지의 가출 등 마음속 생채기를 내보였다.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에 용기를 냈다. 선생님은 함께 울어 주시며 그런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엄마를 위로해 가며 공부를 하고 반장 역할까지 해내는 내가 정말 대견하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가 선생님이 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직 첫해에는 아이들의 사진 명부를 집에 들고 와서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마치 사랑에 빠진 듯 온통 아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처음이라 참 서툴렀지만, 또 처음이라 온 마음을 다해서 아이들을 사랑했었다.

교직 생활 중 그림을 잘 그리고 국어를 잘했던 뽀얀 얼굴에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소녀가 있었다. 아이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너같이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배우는 것들이 언젠가는 네게 도움이 될 거야’라고 말하며 아이를 다독였다.

이후 아이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림을 그렸고, 원하던 미술대학에 들어갔다. 어느 날, 그 학생에게 편지가 왔다. ‘누구보다 저희에게 헌신적이었고, 마음을 다해 주셨다. 그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겠다’고. 편지 한 통에 가슴 한편이 묵직해져 온다.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편지’ 덕분에 서로를 향한 사랑과 감사는 더욱 커진다.

나의 고3 담임 선생님이 내게 그러셨듯이 지금은 내가 힘들어하는 아이들 곁에 있다. 왕따로 힘들어하는 아이, 도벽과 성문제로 힘들어하는 아이, 우울증에 걸린 아이, 가정불화로 삐딱선을 타는 아이, 한부모 가정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며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도움을 청하거나 용기를 내서 속 이야기를 해주면 고맙고, 기쁘다. 내가 아이들의 아픔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되기를, 힘든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북돋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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