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첫 필즈賞 허준이 교수 “시작하기 늦은 일은 없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를 겸하고 있는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가 한국 출신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賞)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세계수학연맹(IMU)이 1936년부터 4년마다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발표·시상해온 전통에 따라, 허 교수는 5일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다른 외국인 학자 3명과 함께 수상했다. 현재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고 유학을 갔던 허 교수가 탁월한 업적의 만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은 의미는 각별하다.

“초·중·고와 대학 때는 수학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수학을 포기한 이른바 ‘수포자’였다는 사실부터 그렇다. 고교를 중퇴하고, 진학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도 6년 만에 졸업한 배경이다. 당시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통해 그는 비로소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박사학위를 받기도 전인 2012년 수학계의 45년 난제 ‘리드 추측’을 풀어낸 일부터 집중적인 노력에 따른 잠재력의 발현일 것이다.

그는 중3 때 수학 경시대회 참가를 고민하던 중에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교사의 말을 듣고 단념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 시절 나는 스스로 수학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일이라도 시작하기에 늦은 일은 없다”는 그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할 대상은 수포자 학생뿐만이 아님은 물론이다. “미국에서 보니, 수학 공부를 많이 하고 온 한국 학생들이 뜻밖에 수학에 대한 깊이가 낮았다. ‘입시 수학’의 병폐다”라는 지적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