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금리 취약계층 선별 지원과 모럴해저드 최소화 대책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대책은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14일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대책’은, 당연히 뒤따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타당성을 갖는다. 특히, 코로나 방역 조치의 직접적 피해 계층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문제에 근본적 해법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3월 이후 네 차례 상환 연장 조치만 반복했지만, 이번엔 상환 능력에 따른 부담 경감·탕감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특히 폐업, 부도 등으로 상환 여력이 없는 차주에 대해선 30조 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해당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특히 90일 이상 연체자는 원금을 최대 90% 탕감해주기로 했다.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변동금리 주담대를 4%대 초반의 고정금리로 바꾸고 만기도 최장 40년이나 50년(보금자리론)으로 확대함으로써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윤 대통령이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고금리 부담이 서민과 취약계층에 전가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소지는 문제다. 그동안 부업까지 뛰며 성실히 빚을 갚아 온 소상공인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도 정부가 부담을 떠넘겼다며 불만이다.

이번 대책에는 빚내서 투자한 ‘빚투 청년’ 지원책도 포함됐다. 주식·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청년에까지 비록 1년 한시적이라도 해도 특례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대남’을 의식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사태라는 초유의 재난으로 극한적 궁지에 몰려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은 당연하다. 선별 지원도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원금 탕감과 ‘빚투족 ’지원은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책을 만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모럴해저드를 우려했다. “빚 갚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퍼져선 안 된다. 모럴해저드를 최소화할 방안도 치밀하게 설계해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